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미국의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위기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소득 감소로 생활비 위기를 겪고 있는 인구가 크게 늘었고, 가용 자금이 부족해 공과금을 체납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미 전역 200개의 푸드뱅크 네트워크인 ‘피딩아메리카’는 소속 단체 90%에서 지난 6월 긴급 식품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전월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 지역 푸드뱅크가 구매 비용이 늘어 식품 지급량을 줄였고 기부도 지난 4개월 동안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최근 조사에서 2000만 가구 이상이 30~90일 동안 공과금을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중 다수는 저소득 소비자였다”고 보도했다.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 가구의 33%, 5만~10만 달러 가구의 17%가 지난 6월 생활비 지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생활비 위기는 중산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저가상품 소매 체인인 ‘달러제너럴’의 토드 바소스 최고경영자(CEO)는 “젊은 소비자나 중산층 고객이 매장에 새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제너럴의 주고객은 연 가계소득이 4만 달러 수준인 저소득층인데 최근에는 연 소득 5만~7만5000달러인 고객이 신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소스 CEO는 “신규 유입 고객 일부는 연 소득 10만 달러 계층”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의 ‘다이소’로 불리는 달러트리의 마이크 위친스키 CEO도 지난주 투자자들에게 “지난 1년 동안 새로 유입된 고객 대부분은 연 소득 8만 달러 이상 가구”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압박을 받는 중산층이 대거 저가상품 구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인 모닝컨설트 스콧 브레이브 연구원은 “물가 상승 충격은 저소득층에 즉각적으로 왔고, 이제는 중산층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8월 민간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3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0만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뉴욕증시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4.1%) 스탠더드앤드푸어스(-4.2%) 나스닥(-4.6%) 등 주요 지수는 8월에만 4% 넘게 하락했다. 로이터는 2015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나쁜 8월 성적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브 행크 미 존스홉킨스대 응용경제학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연준의 무능과 잘못된 관리 탓에 통화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제 붕괴하고 있다”며 “2023년 엄청난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