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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중 관세 유지 결정…선거 앞두고 강경책 선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행한 대중(對中) 고율 관세를 자동 만료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의 대만 방문 이후 대중 강경 대응 목소리가 커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법률적 검토를 계속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중간선거를 앞둔 데다 인플레이션 데이터도 소폭 개선되고 있어 대중 관세 조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와 관련한 조사에서 국내 산업 대표자들이 관세 조치를 지속할 것을 요청했음을 확인했다”며 “법령이 요구하는 대로 관세는 종료일 만료되지 않았고, 우리는 다음 단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법에 따르면 관세 부과 후 4년이 지났을 때 USTR은 관련 조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수혜자로부터 관세 지속에 대한 의견을 받고, 효과 등을 분석하는 조처를 하지 않으면 관세는 자동 종료된다. USTR은 이에 따라 지난 5월 ‘2018년 7월 6일과 8월 23일 발효된 대중국 조치 2건’에 대한 4년 검토를 시작했다.

USTR은 2건의 조치에 대해 모두 358개 생산 기업과 76개 무역 협회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며 “국내 산업계 대표자들은 무역 조치를 통해 여러 면에서 이익을 보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 대표들은 “대중 관세 조치로 신기술 투자나 국내 생산 확대, 추가 인력 고용이 가능해졌고, 중국 수입품과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불공정 경쟁 해결에 도움이 됐다” 등의 의견을 보냈다고 USTR은 언급했다.

앞서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속 제기돼 왔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중 관세 조치가 미국 소비자들의 비용만 늘릴 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자 백악관 분위기가 뒤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는 대중 관세 완화가 중국 위협에 굴복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대중 관세 완화를 지지해 온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지난달 중순 “대만 해협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이 검토 중인 대중 관세 문제를 도전적이고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기류 변화를 인정했다.

USTR은 이에 따라 대중 관세 조치 연장에 대한 효과 검토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관세 유지를 원하는 기업 요청이 있었던 만큼 일단 조치를 유지하고, 관련 검토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USTR 조치는 법적 절차여서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결단을 내릴 여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중 감정이 팽배한 상황이어서 바이든 행정부가 전향적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꾸지 않았는데 혜택만 주려 한다’는 공화당 비판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른 약속이행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상호 조치에 대한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들도 대중 관세 완화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선거 전 관세 완화 조치는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아 2200여 개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미·중 간 갈등이 심화하자 2020년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하고 관세 품목을 549개로 줄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 이 중 352개에 관세 부과 예외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3일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관세 문제에 대한 실수를 수정할 가능성은 당분간 거의 없어 보인다”며 “정치화된 ‘관세 쇼’는 미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