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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기율 단속에 숨죽인 중국 사회, 베이징은 방역 총력전


“시진핑 총서기가 이룩한 통일전선 업무의 중요 사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신시대 애국 통일전선의 역사적 방향을 확실하게 장악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번째 5년 임기를 확정할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일정이 확정된 직후 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가 전국의 통전부장들을 소집했다. 여우취안 중앙 통전부장은 지난 1일 열린 전국 통전부장 정신 훈련반 개강식에서 “실제 행동으로 20차 당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자”며 시진핑 정신 관철을 강조했다. 여우 부장의 이 발언은 다음 달 16일 시작하는 20차 당 대회까지 사상 단속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중국 지도부는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를 신시대로 지칭하고 있다. 시 주석이 장기 집권하려는 배경 중 하나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일명 시진핑 사상)를 이론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날 중국 최고 사정기구인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공안부 고위 관리였던 류옌핑 기율감찰위 기율검사 등 장관급 인사 세 명에 대해 공직을 박탈하고 출당시키는 쌍개(雙開)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기율감찰위는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끝나자마자 류옌핑이 엄중한 기율 위반과 위법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개해 그의 실각을 예고했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30일 당 총서기인 시 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어 20차 당 대회를 10월 16일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당 중앙에 건의하기로 했다. 당 대회 날짜가 확정됐다는 건 시 주석 3연임과 차기 지도부 인선을 둘러싼 파벌간 물밑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당 대회 일정이 확정되자마자 통전부와 사정 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시 주석 3연임에 대한 이견이나 비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3연임을 정당화하는 선전 작업이 본격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 중앙사이버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은 인터넷상의 유언비어와 허위정보 척결을 위한 3개월 특별행동을 벌이고 있다. 당과 정부의 중요 행사나 정책, 자연 재해, 전염병 관련 가짜뉴스에 엄중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은 악의적인 계정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당국은 이들을 엄격히 처벌한 뒤 블랙리스트에 올려 새로운 계정을 열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학계에는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전직 관료나 학자들을 접촉하려고 하면 “중요한 국가 행사가 끝나기 전에는 외부 인사를 만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사석에서 당 대회의 당 자만 꺼내도 “그 이야기는 너무 민감하다”며 바로 피하기 일쑤다. 베이징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관들에게도 향후 중국을 이끌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인선은 최고의 관심사지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어서 동향 파악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4일 “중국 관영 매체에 등장하는 지도부 움직임과 그들에 대한 표현의 미묘한 변화, 중국 정가 소식에 비교적 정통한 홍콩 매체 보도를 통해 흐름을 파악하는 것 외에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당 대회가 열리는 베이징시는 인근 산둥성, 톈진시, 허베이성 등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나오자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했다. 베이징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최대 축제여야 할 당 대회 일정이나 규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수교 기념 행사도 엄격한 방역 정책 때문에 참석 인원이 양측 각 100명으로 제한됐고 베이징에 거주하지 않는 외부 인사들은 거의 참석하지 못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여러 건의 코로나19 확산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감염원은 모두 베이징 밖에 있었다”며 “일부 감염자들이 방역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지역사회 전파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항과 항구에서의 입경 관리와 코로나19 검사 등을 더욱 엄격히 할 것을 요구했다.

도시 봉쇄도 다시 등장했다. 최근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전력난을 겪었던 쓰촨성 청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민 외출을 금지하고 전수 검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의 기술 허브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도 9개 구 가운데 6곳을 봉쇄했다.

도시 봉쇄는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는 악재로 당 대회를 앞둔 중국 지도부에는 딜레마적인 문제다. 시 주석이 주도한 제로 코로나 정책과 그로 인한 방역 성과만큼 중요한 것이 경제 성장과 민생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선전과 청두는 중국 도시 중 경제 규모가 각각 3위, 6위로 이들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4%가 넘는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과 연구소들은 중국이 올해 목표치로 제시한 5.5% 안팎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관측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경제 부문에서 리커창 총리의 발언권이 세진 것을 영향력 확대보다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 경제는 리 총리의 영역임을 강조해 시 주석 책임론을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