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면서 미국 등 서방 동맹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동맹 지도자들은 즉각 축하 입장을 보내며 단결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자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파트너”라며 “우크라이나 지원, 민주주의 수호, 기후 변화 대응 등에 대한 긴밀한 협력이 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트위터에 “탁월한 협력을 계속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우리는 함께 프랑스와 유럽을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가깝고 중요한 동맹국 가운데 하나”라며 “세계에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관해 계속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프랑스 유권자들은 오늘 유럽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줬다. 우리가 계속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나가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성명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전 유럽에 좋은 뉴스”라고 축하했다.
서방 동맹 지도자들의 빠른 축하 메시지는 이번 프랑스 대선에 관한 관심을 반영한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승리할 경우 대서양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르펜 후보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용인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언급하는 등 친러 행보를 보여왔다.
CNN은 “르펜 후보는 러시아와의 유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 유럽연합(EU)에 대한 적대적인 견해로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은 투표 결과가 바이든 대통령과 유럽의 관계를 뒤흔들 수 있고, 서방 민주주의의 위험한 균열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선거를 초조하게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르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맞서는 서방 진영의 연대와 일치된 노력에 재앙을 안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카이뉴스는 “르펜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세계정세에 지각 변동이 초래됐을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를 온 유럽이 반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 득표율이 높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서방 동맹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르펜 후보 득표율은 41∼42%로 추정된다. 5년 전보다 득표율 격차가 크게 줄었다.
CNN은 “르펜 후보는 프랑스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는 영향력 있는 인물로 남을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반EU, 반서구 정서가 프랑스에 여전히 강력히 살아 있음을 인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