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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기독교연합회의 ‘구호 3박자’… 산불 이재민 시름 덜었다

울진기독교연합회(울기연)가 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한 인터넷 카페 ‘울진산불피해 지원센타’에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본 교회들 사진이 게시돼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 관계자들은 동해안 산불 발생 닷새째이던 지난 8일 경북 울진을 찾아 울진기독교연합회(울기연) 소속 목회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당시 식사 자리에서 구호 활동 베테랑인 한교봉 관계자들이 내놓은 조언은 크게 3가지였다고 한다. 첫째 성금 관리를 투명하게 하라. 둘째 상황실을 운영하라. 셋째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집계하라. 그리고 울기연은 이들 지침을 충실하게 따랐다.

한교봉 관계자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울기연 소속 임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재난 구호 드림팀을 방불케 했다”며 “책임감을 갖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울기연에 따르면 이 기관은 산불이 발생하자마자 지난 4~7일 잇달아 긴급 임원 회의를 열었으며 9일에는 투명한 성금 관리를 위해 별도의 통장을 개설했다. ‘울진산불피해 지원센타’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고, 이곳에 울기연에 답지한 성금과 단체에서 지출한 내역을 상세하게 올렸다. 카페에는 “접수되는 성금 내역에 대해 올려드리고 지출되는 내역이 있으면 바로바로 올려드리겠다”고 적혀 있다.

상황실은 울진제일교회(김항신 목사) 2층에 마련했다. 상황실에서 울기연 목회자들은 재난 복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자주 논의했다. 피해 상황도 꼼꼼히 챙겼다. 예컨대 ‘울진산불피해 지원센타’에 접속하면 누구나 울기연이 집계한 교회와 주민들의 피해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울기연은 이곳에 화마가 할퀴고 간 처참한 흔적이 담긴 사진과 영상 자료도 게시했으며, 교회들이 울기연에 보내온 구호품이 무엇인지도 그 내역을 상세히 정리해 올리고 있다.

울기연은 산림청이 지난 13일 주불(큰불) 진화를 선언한 뒤에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당초 전소된 울진 교회는 2곳(호산나교회, 성내교회)으로 알려졌지만 울기연은 계속된 활동으로 최근 연합회에 속하지 않은 대망교회(조선애 목사)도 전소된 사실을 추가로 알아냈다.

울기연 임원들이 지난 9일 한국교회봉사단 관계자들과 화재로 전소된 호산나교회를 찾아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 울기연 제공

울기연은 피해를 본 교회와 성도를 살피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다. 지역주민 전체를 섬기는 활동도 전개했다. “살아계신 하나님이 우리를 보살피고 있다”는 느낌을 주민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활동하다 보니 주민들에게 어떤 지원이 시급한지 살펴 한국교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울기연의 임무가 됐다. 가령 울기연은 최근 물티슈를 대량 협찬받아 피해 가정들에 보급했는데 이유는 물티슈가 집안에 쌓인 그을음을 닦는 데 유용해서였다. 대구의 한 교회로부터는 보행 보조기 35대를 전달받아 어르신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현재는 어르신들이 반찬거리를 구하던 텃밭이 잿더미가 돼버린 것에 착안해 즉석밥을 비롯한 간편식을 대량 보급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다양한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도 구상 중이다.

울기연 총무인 심상진 행복한은진교회 목사는 “무력감이나 우울함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다”며 “주민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역마다 기독교연합회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목회자의 친목 단체에 불과한 게 사실”이라며 “지역에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니 연합회들은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4만7000여명인 울진에는 교회가 많다. 울기연 소속 교회만 총 81곳이나 된다. 하지만 이 지역 복음화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울기연에 따르면 3%에 불과한 수준이다. 울기연 회장 이승환 죽변감리교회 목사는 “한국교회는 이번에 누구보다 빨리 현장을 찾아 나눔을 실천했다”며 “한국교회가 보여준 이런 모습이 앞으로 울진 복음화에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진은 대한민국의 오지 중 한 곳으로 목회자들이 가기 싫어하는 지역입니다. 즉 울진에 온 목사님들은 소외된 이웃을 섬기겠다는 마음이 강한 목회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울기연이 이번에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 것도 훌륭한 성품의 목사님이 많기 때문이라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