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가 오늘 비트코인 80개를 개당 1만9000달러(2590만원)에 구매했습니다! 비트코인은 미래입니다! 싸게 팔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7월 1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비트코인은 미래”라는 글을 올렸다.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사이 40% 넘게 하락하며 ‘최악의 6월’을 기록한 다음 날이었다.
그의 말처럼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지난해 9월 7일 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했던 엘살바도르의 모습을 조명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초기의 혁명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카를로스 아세베도 전 엘살바도르 중앙은행장은 “이곳에서 비트코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으며 그것은 잊혔다”며 “이를 실패라고 할지 모르지만, 확실히 성공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년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엘살바도르를 휩쓸었던 초기의 기대감이 약화했으며 비트코인이 미국 달러를 대체하지도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은’ 일부 비판론자의 경고처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가까워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해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지정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동시에 엘살바도르 국민은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 들어 있는 디지털 지갑을 받았다. 세금도 비트코인으로 낼 수 있게 됐다. 기업들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이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세베도 전 중앙은행장은 그 덕분에 최근의 하락장에서 많은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하락장에서 ‘저점 매수’를 해온 엘살바도르 정부는 현재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7월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 투자에서 약 60%의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비트코인의 위험을 언급하며 엘살바도르에 13억 달러 프로그램을 승인하는 것을 보류했다.
현재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수의 응답자만이 디지털 지갑을 사용 중이며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살바도르 중앙아메리카대학이 지난 5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71.1%가 비트코인이 가정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로라 안드라데 소장은 “시장에 가도 비트코인으로 무언가를 구매하기보다는 모욕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많은 시민이 비트코인 정책을 비판하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갱단에 대한 탄압과 인프라 투자,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한 노력으로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