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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향한 차가운 혐오, ‘불통의 그림자’ 아닌지 되돌아봐야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교복을 입은 주인공이 학교 내 도서관에서 좀비로 변한 친구들의 공격을 피해 책장 위에 엎드려 있다. 아래 사진은 한 건물 옥상에 설치된 십자가 밑에서 학생들이 싸움을 벌이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1. 비 오는 한 건물 옥상. 카메라가 바닥에 고인 물에 비친 옥상 첨탑의 십자가를 비춘다. 이윽고 학교 폭력이 자행되는 장면이 이어진다.

#2. 그릇된 신념으로 좀비 바이러스를 만든 한 교사는 자신의 자녀 역시 좀비로 변하게 되자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손에 든 성경책으로 자녀를 죽인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장면들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의 모습을 담은 이 드라마에선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을 살인 도구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의 상징인 십자가를 방관자로 그렸다. 마치 그 책임을 기독교에 묻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 세계적으로 유행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는 일확천금을 차지하기 위해 게임 상대의 생명을 짓밟는 목사의 모습이 그려졌다.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이처럼 알게 모르게, 혹은 대놓고 교회를 향해 따가운 시선을 던지는 콘텐츠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광신과 위선, 무기력한 교회 등으로 주로 묘사된다. 이를 본 기독교인 중엔 은연중 기독교에 부정적인 인식을 덧입히는 듯해 보기 불편하다는 이도 많다. 기독교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 특히 다음세대에게 이 같은 콘텐츠는 자칫 편견을 심어줘 기독교와 교회를 오해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비평과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미디어가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종원 경산중앙교회 목사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미디어 종사자들이 기독교는 마음껏 비난해도 된다고 보는 자신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건 아닌가 싶다”며 “실제 기독교의 모습은 잘 알지도 못한 채 보편적이지 않은 부분을 보편적으로 치부해버리고 밀어붙이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면서 기독교는 마음껏 혐오해도 된다고 보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도 했다.

대중문화 속에서 기독교가 일그러지게 묘사되는 이유는 하나님과는 소통을 잘하지만, 이웃과는 불통인 한국교회 일부의 그릇된 현실이 투영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이기적이며 불통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교회 구성원의 모습이 하나의 ‘클리셰’(낡은 표현이나 고정관념)가 됐다는 것 자체가 기독교를 향한 일반인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며 “미디어가 교회를 부정적으로 그려내도 대중이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공감한다는 점은 그리스도인이 깊이 통찰해야 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문화선교연구원 장해림 연구원은 개인의 영혼 구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한국교회 현실을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기독교 신앙은 이웃과의 상호 소통, 이해까지도 통합적으로 정립해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그동안 개인의 영혼 구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독교 신앙의 관점이 확장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일부 목회자의 일탈이 사회 문제로 주목받으면서 대중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보다 더 자극적이고 극적인 전개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최근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 현장 구호부터 국내 산불 이재민을 위한 도움의 손길까지 한국교회가 마음을 모아 이웃을 섬긴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래서 일각에선 한국교회가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마 6:3) 해 왔던 측면에서 ‘빛을 사람 앞에 비치게 해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해야 한다’(마 5:16)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국교회가 전하는 선한 영향력의 유익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미디어 속에서는 부정적인 측면만 두드러진다.

백 원장은 “편견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에게 충분한 개연성을 준다는 측면에서 그리스도인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한다. 기독교인으로서 무조건 불쾌하게 여기며 ‘반기독교적’이라고만 치부하기보다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끊임없이 한국교회에 ‘노크’를 건네며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읽어낼 안목과 통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