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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감산 결정에 바이든 ‘곤혹’… ‘유가 통제’ 신경전 고조


산유국들이 다음 달 원유를 감산하기로 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미국 요구에 따라 지난달 늘리기로 한 양이 한 달 만에 되돌려졌기 때문이다. 전쟁발 에너지 위기로 몸값이 높아진 원유의 생산과 가격을 둘러싼 서방과 산유국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5일(현지시간) 월례회의 후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9월보다 1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OPEC+는 시장 변동성에 따른 가격 안정을 감산 이유로 들었다. 금리 인상과 중국의 코로나 재봉쇄 조치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심각하고,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 복원 전망에 따라 이란산 원유가 풀릴 가능성이 제기돼 급격한 가격 하락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OPEC+는 하반기 소비 위축으로 하루 90만 배럴의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OPEC+는 또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가격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 권한을 부여했다. 산유국들이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이 추진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합의에 반발해 시장 개입 여지를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OPEC+ 회원국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이 필요하면 언제든 회의를 소집해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하는 것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OPEC+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의 국제유가 통제 시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르텔의 가격결정권을 (서방이) 위협하면 보복할 수 있다는 경고의 신호”라고 보도했다. G7의 석유 가격상한제가 성공적으로 이행되면 국제유가에 대한 일종의 구매자 연합이 형성되는 셈인데, 이는 OPEC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OPEC+ 합의로 원유시장에서 사우디의 입김이 커진 게 불안 요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를 잡기 위해 지난 7월 자존심을 누르고 사우디를 방문했는데, 이번에 사우디 주도로 감산 결정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순방 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계 회복을 이뤄내지 못했다.

WSJ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순방한 지 몇 주 만에 나온 감산 결정은 정치적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감산은 사우디가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OPEC+는 산유량을 늘리도록 한 바이든 행정부의 간청을 얼마든지 무시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감산 소식에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한때 전 거래일보다 3.99% 오른 90.34달러를 찍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