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와 AMD에 내린 대(對)중국 수출 금지 조치가 중국의 핵심 인공지능(AI) 연구기관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한 정밀 타격이 이뤄졌던 셈이다.
로이터는 “지난 2년간 공개된 12개 이상의 중국 정부 입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핵심 연구 기관들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에 크게 의존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칭화대는 지난해 10월 2대의 AI 슈퍼컴퓨터에 사용하기 위해 A100 8개를 구매하며 40만 달러가량을 지출했다. 같은 달 최고 연구 그룹인 중국과학원 컴퓨팅기술연구소도 A100에 약 25만 달러를 썼다. 중국과학원 인공지능스쿨은 지난 7월에도 A100으로 구동되는 서버 등 첨단 장비에 약 20만 달러를 사용했다.
중국 진안대는 지난해 엔비디아 AI 슈퍼컴퓨터에 9만3000 달러 이상을 지출했고, 지난달에도 AI 연구를 위해 A100 8개를 구매했다. 산둥, 허난, 충칭 등 지방 정부 지원 기관과 대학 여러 곳도 AI 슈퍼컴퓨터 개발 등을 위해 해당 제품을 사용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에만 4억 달러 물량을 중국에서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달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AMD의 MI250 제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모두 AI나 슈퍼컴퓨터 개발 등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로이터는 “엔비디아나 AMD의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중국 제조업체는 거의 없다. 중국은 여러 개의 저가 칩을 사용해 이를 만회할 수밖에 없다”이라며 “(미국의 조치는) 첨단 컴퓨팅 개발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반도체지원법 제정에 따라 확보한 지원금 520억 달러에 대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 2월부터 보조금 지원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늦어도 내년 2월 기업으로부터 자금 지원 신청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봄부터 자금 지출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이번 실행 계획에 대한 설명 자료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반도체 투자가 미국의 군사적 우위와 경제적 경쟁력에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최신 기술을 해외로 이전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없도록 의회에서 위임한 가드레일(안전장치)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자금 지원을 받는 회사는 법으로 승인된 제한된 예외를 제외하고 중국이나 기타 우려 국가에 반도체 제조 능력의 확장과 관련한 중요한 거래 관여가 10년간 금지된다”고 언급했다.
러몬도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미국에서의 투자”라며 “미국이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특정 기술 분야를 지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