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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 비버야 고마워!” 가뭄의 구원자가 된 비버


톡 튀어나온 앞니 두 개에 짧은 갈색 털, 그리고 귀여운 외모까지. 물에서 사는 설치류인 ‘비버’가 가뭄이 극심한 미국 서부 지역에서 구원자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미 서부에서 땅에 물을 저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고숙련 환경 기술자’ 비버의 역할을 조명했다.

네바다주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에이지 스미스씨는 “비버를 그대로 둔 것이 내가 한 최고의 일”이라고 말한다. 사실 비버는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하천에 주로 서식하면서 강력한 앞니로 나무를 잘라 댐을 만드는 비버는 물길을 막거나 틀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미스씨는 지난해 네바다주가 최악의 가뭄을 겪었을 때 비버가 만든 댐 덕분에 목장의 소에게 물을 먹일 수 있었다. 폭우가 내릴 때는 비버의 댐이 물이 불어나는 속도를 늦춰 추가 피해를 막았고 작물 또한 무사했다. 비버가 만든 댐은 습지가 됐고 목장에는 물고기와 개구리가 돌아왔다. 댐은 물을 정화하고 산불의 완충 장치가 됐다.

이제 스미스씨는 독실한 ‘비버 신자’다. 날로 심해지는 가뭄으로 “물은 금”이라는 그에게 물을 저장해주는 비버는 가뭄에 대처하는 비장의 무기다. 웨이드 크로풋 캘리포니아주 천연자원부 장관도 지난 3월 한 웹 세미나에서 비버의 역할을 강조하며 “우리는 비버를 다시 일하게 해야 한다”며 “비버를 위한 완전 고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비버는 많은 곳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비버가 만든 댐 탓에 사람들이 이용하는 도로와 건물, 목재 등이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미 연방정부는 비버 2만5000마리를 ‘처리’했다.

전문가들은 비버가 댐을 만드는 동안 큰 파이프를 이용해 댐 안의 물을 빼내는 ‘비버 디시버’(Beaver Deceiver) 시스템으로 비버가 스스로 떠나게 하는 등 비버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간과의 공존이 불가능할 경우 비버를 죽이지 않고 다른 지역에 방생하는 단체와 민간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