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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 끝자락에 왕위 올라 70년 재위… “英 권위의 상징”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과 사랑을 받은 현대사의 상징적 인물이다.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로 70년간 재위하면서 큰 대중적 인기를 누렸고 대외 관계에서 남다른 영향력을 발휘했다.

여왕은 1926년 4월 21일 런던에서 조지 5세의 둘째 아들 요크 공작 앨버트 왕자의 딸로 태어났다. 처음엔 왕위 계승과 거리가 멀었으나 큰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인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하면서 운명이 달라졌다. 아버지 앨버트 왕자가 즉위해 조지 6세 국왕이 되면서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된 것이다. 여왕은 25세였던 1952년 2월 6일 왕위에 올라 2022년 9월 8일까지 영국 역사상 가장 긴 70년214일 동안 국왕으로 재위했다. 그가 지켜본 영국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에서부터 리즈 트러스까지 15명이다. 여왕은 사망하기 이틀 전까지 총리 임명 등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대영제국의 끝자락에서 여왕이 된 그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왕실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왕실을 현대사회와 어우러지게 하는 데 주력했다. 총리 임명권자이지만 의회 결정을 존중하고 총리실에서 작성한 원고로 시정연설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임 기간 110개국 이상을 방문해 우호 관계를 다지며 영국 외교의 선봉에 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여왕이 89세 나이로 해외 방문을 중단하기까지 세계 일주를 42번 한 것과 맞먹는 거리를 여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1961년 영국 군주로서는 50년 만에 인도를 방문했다. 1977년 여왕 즉위 25주년 때 영연방 35개국 지도자들이 축하연회에 참석한 일은 영국의 권위를 회복시킨 상징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여왕은 1992년 윈저성 대화재 당시 복구 비용으로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가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왕실의 면세 특권을 폐지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영국군 여군 부대에 입대해 약 3주간 보급차량 운전병으로 참전한 경험이 있다. 또 2012년 런던올림픽 때 개회식 영상에 본드걸로 출연하는가 하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전 세계인과 소통했다.

올해 여왕 즉위 70주년(플래티넘 주빌리)을 맞아 지난 6월에 열린 공식 기념행사는 거리 파티, 콘서트 등 다채롭게 진행됐다. 여왕은 행사에 직접 참석하거나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여왕은 1947년 필립공과 결혼해 이듬해 찰스 왕세자를 낳았다. 찰스 왕세자의 이혼과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 스펜서의 사망은 안타까운 가정사로 남아 있다. 왕실 폐지론이 불거질 정도로 비판 여론이 컸던 사건이다. 왕위를 이어받은 찰스 3세 국왕은 1948년생으로 올해 74세다. 3살에 왕세자가 돼 70여년을 왕위 계승자 신분으로 살았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