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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에 둘러싸인 푸틴, 군 열세 상황 허위 보고 받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침공 과정의 실패와 열세, 제재로 인한 경제 위기 등 정보를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미 정보당국이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예스맨’(YES) 참모들로부터 잘못된 보고만 받아 전략적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푸틴의 전쟁이 장기적으로 러시아를 약하게 만들고, 세계무대에서 점점 더 고립되게 만드는 전략적 실수였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딩필드 국장은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군대가 얼마나 나쁜 성과를 내고 있고,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어떻게 마비되고 있는지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다. 고위 참모들이 그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미 정보당국 평가를 공개했다.

미 정보당국자도 “푸틴은 자신의 군대가 (직업군인이 아닌) 징집병을 활용하고 있고, 또 그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며 “대통령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 분명히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내내 국방부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크렘린 내부 서클에서 가장 신뢰받는 구성원이었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을 비롯해 푸틴 대통령과 국방부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딩필드 국장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의해 오도되고 있다고 느꼈다는 정보가 있고, (그로 인해) 푸틴과 군 지도부 사이 지속적인 긴장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침공을 조기 완료하겠다는 목표에 실패했고, 수도 키이우 등 지역에서는 고전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 달 넘게 소모전을 지속한 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이 처한 현실 등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군대가 얼마나 쇠퇴하고 있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딩필드 국장은 “푸틴 진영의 잘못된 정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푸틴과 러시아가 저지르는 실수의 깊이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보원 보호 등을 이유로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당국자들이 이 같은 평가에 확신을 갖지 않았다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소식통은 “(해당 정보 공개가) 잠재적으로 유용하다. 푸틴이 신뢰하는 사람을 재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의 계산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알제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독재정치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권력에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가 러시아에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고위 외교관은 “유럽의 판단도 (미국과) 일치한다. 푸틴은 상황이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예스맨으로 둘러싸인 것이 문제”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군 분석가들은 “굴욕적인 좌절을 겪었던 러시아가 푸틴의 체면치레 승리를 선언하기 쉽도록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목표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의 1단계 작전의 주요 목표를 달성했고, 돈바스 지역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런 움직임이 침공 실패에 따른 목표 재조정일 수 있다는 의미다.


커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키이우 주변에 배치됐던 러시아군의 20%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지만, 철수가 아닌 재배치로 보인다”며 “이들 중 일부는 벨라루스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또 “재배치된 러시아군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며 “전열을 정비해 다른 곳으로 재배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또 러시아가 민간 용병 조직 와그너그룹 1000명 가량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 해외 분쟁지에서 은밀히 용병을 동원하는 사기업이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은 도시 근처에서 현재의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하지만 군 최고 사령부는 ‘키이우를 점령할 수 없고, 포병을 도시 중심부로 더 가까이 이동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포위하거나 점령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ISW는 “크렘린궁은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의 부분적 철수를 평화 회담을 위한 양보로 거짓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는 작전 실패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뒤 회복을 위해 철수하는 것”이라며 “(분리주의 세력이 있는) 돈바스 도네츠크의 미점령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공세 작전이 러시아군에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