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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길 100만명 배웅… 영국 전역 2분간 묵념


“편히 잠드소서, 여왕 폐하(Rest in Peace, Your Majesty).”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로 70년간 재위하며 영국인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일(현지시간)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장례식이 열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런던 중심가를 지나 장지인 윈저성에 이르는 길에는 시민 100만명이 나와 여왕을 배웅했다.

영국 국장(國葬)으로 거행된 장례식은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 데이비드 호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사제의 집전으로 진행됐다. 사원은 여왕이 1953년 대관식을 치른 곳이자 1947년 남편 필립공과 결혼식을 올린 장소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설교를 했고, 리즈 트러스 총리가 요한복음 구절을 읽었다.

장례식에선 찬송가 ‘주께서 주신 날은 끝났습니다(The day thou gavest, Lord, is ended)’가 울려 퍼졌다. 1897년 빅토리아 여왕의 다이아몬드 주빌리(재임 60년) 기념식과 1997년 홍콩 반환 기념식에서 불렸던 곡이다. “당신의 왕좌는 자랑스러운 제국처럼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장례식에는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를 비롯한 왕실 일가와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등 해외 정상과 왕족 500명을 포함한 외빈 2000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장례식이 끝날 무렵 영국 전역은 2분간 마지막 묵념에 들어갔다. 의식은 여왕의 영면을 기원하는 자장가 백파이프 연주를 끝으로 정오에 마무리됐다. 장례식 1시간 동안 런던 내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이 중단됐다.

장례식을 마치고 해군 포차에 실린 여왕의 관은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코너에 있는 웰링턴 아치까지 2㎞ 구간을 이동하며 런던 시민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여왕은 웰링턴 아치에서 운구차에 실려 윈저성으로 이동했다. 이곳 성조지 예배당에서 찰스 3세가 관 위에 근위대의 기를 올렸고, 의전장은 지팡이를 부러뜨려 올리며 여왕의 긴 복무가 끝났음을 알렸다.

관이 지하 왕실 묘지로 이동할 때 백파이프 연주가 흘러나왔다. 이는 여왕의 생전 요청이었다고 버킹엄궁이 전했다. 이어 왕실 일가만 모인 가운데 여왕은 남편 필립공 옆에 안치됐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