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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비스트’ 타고, 日王 등 다른 국빈들은 셔틀버스로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는 세계 200여개 국가 및 지역을 대표하는 정상과 왕족 등 500여명의 해외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 장례식장 맨 앞줄에는 왕실 가족 23명이 앉았고, 그 바로 뒤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약 90명의 주요 정상 자리가 배치됐다.

검정색 옷을 차려입은 각국 정상은 엄숙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장례식에 임했다. 서로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만 대부분 조의를 표하는 데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등 영연방 국가의 정상도 모습을 드러냈다. 나루히토 일왕 부부를 비롯해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각국의 국왕들도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찾았다.

영국 정부는 장례식 전후로 양자회담이나 기타 외교행사 일정을 잡지 말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전날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와 만나 전쟁과 경제 상황에 관해 이야기했다. 랄프 구데일 캐나다 고등판무관은 “국가 지도자들이 모두 버스를 타고 식장까지 간다. 사적인 대화에서 러시아 전쟁이나 기후변화 등 의제가 다뤄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상들의 영국 도착이나 런던시내 이동 방법, 국장 좌석 배치 등에서 각국의 위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이를 둘러싼 물밑 외교전도 벌어졌다.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영국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미국에서 공수해 온 의전용 방탄차량 ‘비스트’를 타고 국장 일정을 진행했다. 이는 ‘특별예외’ 조치가 적용된 케이스다. 나루히토 일왕 부부 등 다른 국빈들은 장례식장까지 셔틀버스로 이동했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과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 방침에 반발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은 참석을 거부하고 외무장관을 대신 보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도 같은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국장에는 왕족이나 국가원수 외에 공적을 인정받은 평범한 시민 200여명도 참석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녹음한 88세 런던 여성, 가정폭력 피해를 겪은 뒤 활동가로 나선 여성, 코로나19 팬데믹 때 무료식사 봉사를 한 변호사 등이 국장 자리를 지켰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