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푸틴 전시 동원령은 ‘전면전’ 선전포고… 우크라전 격화 우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점령지의 정식 영토 편입 카드에 이어 전시 동원령 단추까지 누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확전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번 동원령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명분으로 내세운 ‘특수 군사작전’에서 벗어나 전면적인 전쟁을 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서방의 핵 위협을 거론하면서 ‘모든 수단’을 언급하는 등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21일(현지시간)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국 고위인사들이 러시아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러시아도 다양한 파괴수단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위협받으면 우리는 분명히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이는 결코 허풍이 아니다”고 엄포를 놓았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영토 완전성이 위협받을 때’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기본 원칙에 규정된 내용과 일치한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핵 위협이 처음은 아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첫 동원령을 내린 점을 고려하면 푸틴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쉽지 않다. 길리언 키건 영국 외무장관은 “상황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며 우려했다.

전시 동원령과 관련,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동원 대상은 예비군 전력의 1%가량”이라면서 “예비군 자원이 2500만명이지만 실제 군 생활을 하고 주특기와 전투 경험이 있는 30만명 정도만 동원 대상”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과 남부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등 4개 지역의 친러 임시 행정부가 오는 23~27일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치르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지지 입장을 표했다. 이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만든 뒤 해당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동원령을 내리기 위한 수순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앞서 4개 지역 수장들은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전격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4일 러시아 ‘국민 통합의 날’에 합병 투표를 하기로 한 계획을 서둘러 앞당긴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푸틴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러시아의 나약함과 실패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폄하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동원령은 전쟁이 러시아의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는 예견된 수순”이라며 “정당하지 않은 전쟁과 악화일로인 자국 경제에 대한 책임을 서방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브리지트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트위터에 “엉터리 주민투표에 동원령까지 발동한 것은 러시아의 나약함과 실패를 의미하는 신호”라는 글을 올렸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EU와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에 추가 (제재)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러시아의 동원령 발표 소식에 러시아 증시와 루블화 가치는 급락했으며 유로화 가치도 흔들리며 유럽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또 에너지 위기 악화 관측이 제기되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장 중 한때 전날보다 3.2% 상승, 배럴당 87달러에 육박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