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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미·중 갈등 불확실성 시대, 생존이 가장 중요한 덕목”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1일(현지시간) 현재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이익 극대화보다 생존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금은 극단적 상황부터 다양한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 플래닝을 짜고 있다”며 “어떤 시나리오가 발생하더라도 생존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디커플링(탈동조화) 등을 불확실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최악의 상황 중 하나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로 군사적 충돌하는 것까지 포함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저희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느끼는 대만에 있는 기업에 물어보면 더 좋다”며 “벤치마킹이 필요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기업으로서 현재) 제일 무서운 것은 불안, 언노운(unknown)”이라며 “뭔가 확정된 게 없고 계속 움직이는 상황이어서 깜깜하고 불안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을 언급하며 “달러 투자를 하는 처지에서 사업상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 (자체)보다는 어디까지 올릴지 모른다는 언노운 상황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솔직히 그런 장비가 (중국에) 못 들어가면 공장이 계속 노후화되고 업그레이드가 어려워진다. 노후화돼서 문제가 생긴다면 저희는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우리나라가 이렇게 디커플링이 되는 곳에서 생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업 혼자서 해결할 수 없고, (정부의) 더 넓은 선택이나 지원,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을 제정하며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부분에 대해 “결국 세계가 디커플링하는 것으로 그 속도와 깊이, 그리고 어느 부분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리스크가 더 클 수도 또는 기회가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한 현대차가 IRA로 차별 대우를 받게 되면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만이 나온 것에 대해선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감정적 대응”이라며 “법안 제정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법을 찾는 게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며 “현대차가 너무 경쟁력이 좋기 때문에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도 이 문제를 충분히 뚫고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