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식량 위기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셔먼 부장관은 29일(현지시간) 식량 위기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는 흑해에서 물품을 운반하는 최소 3척의 민간 선박을 폭격했다”며 “러시아 해군은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접근을 막았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능력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식량을 싣고 있는 94척의 선박이 지중해에 도발하는 것을 말고 있다”고 지적했다.
셔먼 부장관은 미국 등 서방 동맹의 제재가 전 세계적으로 식량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러시아 주장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막았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셔먼 부장관은 러시아의 마리우폴 공격을 지적하며 “주민들은 식량, 물, 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물을 마시기 위해 눈을 녹이고 있다. 러시아 공격을 피해 숨은 한 어머니는 세 딸에게 하루 한 숟가락의 꿀만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이 이 전쟁을 시작했고, 그가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일으켰다”며 “푸틴이 전쟁을 계속하는 한 인도적 위기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1300만 명이 식량 불안정에 빠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안보리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예멘, 이집트, 레바논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참사 이상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는 이집트가 85%, 레바논이 81%에 이른다.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어려워진 데다 수확량 자체가 줄어들 위험에 처해 해당국 식량 보급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밀 공급의 30%, 옥수수 공급의 20%, 해바라기씨유 공급의 75∼80%를 각각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연료와 식료품, 물류 가격 상승 탓에 우리는 이미 예멘과 같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아이들과 그 가족을 위한 식량 배급을 줄이기 시작했다”며 “예멘에서는 800만 명에 대한 배급을 절반으로 줄였고, ‘제로’(0)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우리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목격한 어떤 것보다도 커다란 세계적 맥락을 지닌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