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수세에 몰리자 예비군에 대한 일부 동원령을 선포하면서 내부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입영센터에서는 20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하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센터 책임자 1명이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총기 난사 사고는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지역 이르쿠츠크의 우스트-일림스크 마을 입영센터에서 발생했다. 이번 총격으로 모집요원 1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총기를 난사한 20대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범인의 어머니는 현지 언론에 “부분 동원령이 선포됐음에도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아들의 절친한 친구가 25일 징집 통보를 받았다. 이 일로 아들은 ‘모두 동원되고 있다’고 매우 불평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예비군을 대상으로 한 일부 동원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무차별 동원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고르 코브제프 이르쿠츠크 주지사는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우스트-일림스크에서 한 청년이 군 등록 및 입대 사무소에 총을 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단결해야 하는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부끄럽다”며 “서로 싸우지 말고 실제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다른 지역에서도 총기 난사 사고가 벌어졌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서부 이젭스크의 한 학교에서는 이날 오전 이 학교 졸업생인 34세 남성이 난입해 권총을 무차별로 발사했다. 이 사고로 어린이 7명, 보안 요원 2명, 교사 2명 등 13명이 사망하고 어린이 14명 등 2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가 동원령과 관련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나치 문양이 그려진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두건을 쓴 채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은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범인 시신 옆 책상에는 탄약이 쌓여 있었고 탄창에 붉은 글씨로 ‘혐오’라고 적혀 있었다. 크렘린궁은 범인이 ‘네오 파시스트’ 그룹에 속하는 인물로 추정된다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