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강행 중인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주민투표 종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러시아가 이들 지역을 자국 영토로 편입시킨 후 전쟁 프레임을 ‘영토 수호’로 규정해 더 맹렬한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4개 지역에서 시작된 병합 찬반투표가 27일로 종료된다.
이들 지역의 총면적은 9만㎢ 이상으로, 60만3550㎢ 정도인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에 달한다. 헝가리(9만3030㎢)나 포르투갈(9만2230㎢)과 맞먹는 규모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공포 속에서 투표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에 점령당한 남부 자포리자주 멜리토폴의 이반 페도로우 시장은 화상 브리핑을 통해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서 있는 상황에서 투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이 거리에서 (군인들에게) 잡혀서 투표를 강요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임대 주택에 들어와 집주인에게 거주자들을 대신해 투표하라고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거센 반격을 맞은 러시아는 개전 직후부터 장악해온 하르키우주에서 대거 철수했고, 이에 따라 나머지 점령지에 대한 통제력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러시아는 애초 ‘국민통합의 날’인 11월 4일로 점쳐졌던 주민투표 시기를 두 달가량 앞당겼다.
서방은 이번 병합투표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8년 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선례를 미루어 봤을 때 러시아 당국이 이달 말까지 전격적으로 영토 편입을 승인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2014년 3월 17일 크림 자치공화국 점령지에서 실시된 병합 투표가 찬성률 97%로 통과되자 이튿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병조약을 체결하며 영토 귀속을 기정사실로 한 바 있다.
같은 달 21일 의회 비준과 병합문서 최종 서명까지 법률적 절차를 모두 완료하기까지 채 1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영토 병합 절차를 끝낸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외교적 협상의 여지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침공을 돈바스 등지에서 네오나치 세력으로부터 억압받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특수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해왔다.
교전 지역을 러시아 자국 영토로 규정하는 것은 전쟁의 성격이 ‘침공’이 아닌 ‘방어’로 전환될 명분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장래에 러시아 체제에 추가될 영토를 포함해 러시아 영토는 완전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러시아 연방의 모든 법규와 원칙, 전략은 러시아 영토 전체에 적용된다”며 “이는 핵무기 사용 원칙에도 해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