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고기 분쇄기’ 던져진 러 죄수병들… 전쟁 희생양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죽거나 다친 러시아군이 최대 20만명에 이른다는 영국 국가정보국의 분석이 나왔다. 용병으로 징집된 러시아 죄수병들이 사지로 내몰린 탓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사상 추정치까지 합치면 전쟁 1년 만에 발생한 사상자는 30만명에 달한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2월 24일)을 1주일 앞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측 사상자 수가 17만5000∼20만명에 이른다는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러시아 정규군과 민간 용병단 와그너 그룹 등에서 발생한 부상자와 전사자 수를 합친 수치다.

DI는 전사자 수만 4만∼6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전체 사상자 대비 전사자 비율은 현대적인 기준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의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상태가 매우 열악한 것이 확실하다는 게 DI의 진단이다.

다른 서방 국가들의 분석도 대체로 비슷하다. 앞서 미군은 지난 4일 러시아군 사상자 수를 18만명으로 추산했다. 노르웨이도 지난달 말 기준으로 같은 숫자를 제시했다.

러시아군 사상자 수는 지난해 9월 러시아 정부의 ‘부분 동원령’ 이후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원령을 선포해 예비군 약 30만명을 징집했다.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 징집병 대다수가 충분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최전방으로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군은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대공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을 뚫겠다며 병력 투입을 대거 늘린 바 있다. 러시아군 사상자 발생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군이 과거 구소련 시절의 ‘붉은 군대’를 방불케 하는 작전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2차대전 당시 소련군 붉은 군대는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 후방의 포병·공중 지원 없이 보병을 소모적으로 투입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이 같은 전략이 현대 전투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의 일일 ‘성과’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우크라이나군은 17일 하루에만 러시아군 800명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일에는 하루 1140명을 제거해 자체 일일 최고 기록(1030명)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침공 이후 제거된 러시아군 장병이 14만126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대공세의 한 축을 맡은 와그너 그룹의 죄수병들이 멋모른 채 전장에서 희생양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와그너 그룹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는 용병회사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요충지 공격에 앞장서 왔다. 이들은 교도소에서 살인, 강도 등 중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을 데려와 계약을 맺고 전투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개월간 전투에 참여해 생존한 자는 사면한다는 계약조건을 제시해 죄수 수천명이 전쟁에 지원했다고 한다. 실제로 프리고진이 죄수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해 6개월간 복무하는 대가로 사면을 약속하는 동영상이 지난해 9월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프리고진은 탈영하면 즉시 사살될 것이라는 엄포도 내놨다.

와그너 그룹 소속 죄수병들 역시 제대로 된 장비 없이 사실상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DI는 전장에 투입된 와그너 그룹 용병 절반이 사상자가 됐다고 분석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와그너 그룹은 죄수 출신 신병들을 사실상 소모품으로 취급한다. 신병들을 문자 그대로 ‘고기 분쇄기’에 던져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와그너 그룹 사상자 수는 3만명에 이른다. 이 중 전사자는 9000명으로 추산된다”며 “앞서 수집된 정보에 따르면 12월 와그너 그룹 사망자의 90%가 죄수병이었다”고 설명했다.

서방 당국은 우크라이나에서도 사상자 약 10만 명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자국군 사상자 수를 공식 집계하지 않고 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군 총사령관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자국군 전사자 수가 약 9000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