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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포로 학대 가짜 동영상 제작 지시 정황 담긴 러 문서 공개

국제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가 지난 28일 러시아 국방부 지시사항이라며 올린 문서. 출처 어나니머스 트위터

국제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가 러시아 당국의 가짜뉴스 제작 지시 정황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군 포로를 학대하는 영상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어나니머스가 전날 트위터 계정에 한 장의 문서를 게시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평판을 나쁘게 할 목적의 선전 비디오를 만들라는 내용이 담긴 러시아 측 공문서였다.

문서 작성 날짜는 지난 21일로 러시아어로 된 문서 하단에는 드미트리 불가코프 육군 장군의 이름과 사인이 적혀 있었다. 불가코프는 국방부 차관을 역임했다.

우크라이나 나우는 해당 문서를 영어로 번역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특수 작전 중 항복하는 러시아군이 증가하고 있고 러시아군 포로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자비로운 행동 등이 보도되고 있다며 몇 가지 지시 사항을 내렸다.

여기엔 우크라이나군 또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자발적인 항복 의사를 표명한 러시아군 포로들에게 비인간적 행동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비디오 자료를 개발하고 배포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포로 대우에 관한 우크라이나군의 ‘제네바 협약’ 위반 사항 등도 수집하라고 일렀다. 전쟁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전쟁 포로는 항상 인도적으로 대우받아야 하며 음식과 구호품을 제공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포로에 가혹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공개돼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 27일 유포된 6분짜리 영상에는 우크라이나군으로 추정되는 마성들이 하르키우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러시아 포로로 보이는 남성들을 무릎 꿇린 채 다리에 총을 쏘는 장면이 나온다. 한 무리의 러시아 병사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고 최소 2명은 심하게 피를 흘리는 것이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이 집단 첩보활동을 벌인 러시아군을 나포했다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엔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포로 학대 동영상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임보좌관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실로 밝혀진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심리전의 일환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인군 사령관은 “적들이 우크라이나군의 신망을 떨어뜨리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포로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비인간적 대우를 하는 영상을 제작해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리전을 감안해 공식 확인된 정보만 믿어야 한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