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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 전망에 유가 5% 상승… 세계 경제 충격 우려


산유국들이 곧 대규모 감산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가 상승세다. 3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5% 안팎으로 올라 이런 전망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대규모 감산은 물가 상승 요인이자 경기 침체를 앞당길 수 있어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2%(4.14달러) 치솟은 83.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4.4%(3.72달러) 오른 88.86달러에 거래됐다.

유가가 오른 건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 탓이다. 최근 외신에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5일 오스트리아 빈 회의에서 대규모 감산을 논의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OPEC 대표단 관계자는 하루 최소 50만 배럴에서 최대 150만 배럴 감산을 고려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감산이 현실화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가 된다. 하루 100만 배럴은 전 세계 공급량의 1%를 넘는 수준이다. 국제유가는 다시 100달러 선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들이 감산하는 이유는 미국 등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전망에 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로이터통신에 “유가가 지속해서 하락한 것이 감산 검토의 정당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의 배경엔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있다. 국제유가는 달러로 거래되므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구매가가 높아지고 수요는 감소한다.

OPEC+ 회원국인 러시아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 입장에서 유가 하락은 경제를 짓누를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유럽연합(EU)이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 줄이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고립무원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유가 상승이 절실하다.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대규모 감산이 이미 에너지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와 싸우고 있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델 하메지아 하버드대 중동연구소 방문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OPEC+의 감산은 경기 침체를 더 악화하고 물가를 더 끌어올려 유가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유럽에선 올해 초겨울 추운 날씨가 예상돼 에너지 위기에 따른 민생고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태평양의 차가워진 해수가 초래하는 강력한 기상 현상인 ‘라니냐’로 오는 11월과 12월 날씨가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