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유럽연합(EU)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폰, 태블릿 및 카메라 등의 충전 단자가 USB-C타입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따라 라이트닝 케이블을 사용했던 애플사의 아이폰·에어팟 등 기기를 삼성의 갤럭시 충전기로도 충전할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이 제품별로 맞는 충전기를 찾아야 했던 수고를 덜게 됐다.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4일(현지시각) USB-C 타입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조치는 법안 적용일 이전에 시장에 출시된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024년까지 휴대폰, 태블릿 등 중소가전을 생산하는 기업체는 최대 100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USB-C 타입 충전 단자를 적용해야 한다. 2026년 봄부터는 충전 단자 단일화 의무 조치가 노트북에도 적용된다.
유럽의회가 밝힌 USB-C 타입 충전 단자 적용 제품군은 휴대폰, 태블릿, 디지털카메라, 헤드폰 및 헤드셋, 휴대용 비디오 게임 콘솔 및 휴대용 스피커, e북 리더기, 키보드, 마우스, 휴대용 내비게이션 시스템, 유선 케이블을 통해 충전할 수 있는 이어폰 및 노트북 등 13개 분야다. 법안은 제조 업체와 관계없이 적용된다.
애플사를 비롯해 다양한 충전 단자를 사용하는 기업체는 유럽연합 27개국에 수출하기 위해서 충전 단자를 모두 USB-C 타입으로 바꿔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이 조치가 대형 공급업체 중 많은 유럽 고객을 확보한 애플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월 ‘애플사는 USB-C 타입 충전 단자가 있는 아이폰을 내년에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내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 15에 USB-C 타입 충전 단자가 적용될지 주목된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 같은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2024년까지 신제품에서 모델별로 충전 단자를 다르게 설정해 급을 나누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이사회는 지침이 EU 공식 저널에 게재되기 전에 공식적으로 지침을 승인해야 한다. 이는 공표일로부터 20일 후부터 시행된다.
충전 단자의 규격 통일로 소비자는 불필요한 충전기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써 연간 최대 2억 5000만 유로(한화 약 3500억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럽연합에만 매년 버려지는 약 1만 1000톤의 전자 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