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10대 2인조 강도에 맞서 싸우다 흉기에 찔려 숨진 한인 업주 이두영(56)씨를 기리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9일(현지시간) LA 지역방송 ABC7에 따르면 이씨의 사망을 애도하는 현지 시민들과 이웃들이 지난 7일 LA 자바시장으로 불리는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에서 촛불 집회를 열었다.
앞서 이씨는 지난 1일 오후 1시쯤 자신의 가발 상점에 침입한 17세 2인조 강도 중 한 명이 휘두른 칼에 수차례 찔려 현장에서 숨졌다. 이씨는 해당 지역에서 20년간 가발을 판매해왔다. 이씨의 사연은 지난 5일 딸 채린씨가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다.
채린씨와 자바시장 상점 주인들에 따르면 고인은 과거에도 강도에 맞서 싸우다 다친 적이 있다고 한다.
채린씨는 ‘고펀드미’에 올린 추모 글에서 “(사망 사건 이후) 아빠 가게에 갔더니 이웃들이 울면서 ‘너희 아버지는 범죄가 계속 늘어날까 봐 우리 모두를 걱정해 강도와 싸웠다. 우리의 영웅’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강도와 싸우는데) 목숨을 건 아빠를 원망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빠는 올바른 일을 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기억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이씨의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바시장 상인 위즈맨 캥가바리는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물건을 훔치려 하면 그냥 내버려 두라고 이씨에게 얘기했지만, 이씨는 ‘내가 당하면 다음 차례는 당신이고 계속해서 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웃 모니카 빌라배조는 “우리의 기도 속에서 이씨는 함께 있을 것”이라며 이 씨의 희생을 기렸고, 알레한드라 무로디아즈는 “이씨의 미소와 마음, 용기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채린씨가 장례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개설한 고펀드미 기부금 계정에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현재까지 모금액은 목표치 5만 달러를 넘긴 8만8700달러로 집계됐다.
2인조 강도는 범행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LA카운티 검찰은 지난 5일 17세 남성과 17세 여성을 각각 1급 살인 및 2급 강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보석금 없이 구금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