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내년 경기둔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아 한국도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된다”며 “내년 상반기가 특히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미국 뉴욕시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 부총리는 “내년이 좀 더 어렵지 않겠느냐”며 “내년도 (경제성장률) 정부 전망치가 당초 2.5%였는데 분명히 그보다 낮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는 긴축 정책을 언급하며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졌고, 그로 인해 경기둔화의 목소리가 커지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다만 “당장 단기간에 외환위기처럼 외화 자금이 부족해지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까진 아니다.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현재 수준 정도라면 감내할 수 있는데 불확실성이 증폭될지 알 수 없으니 비상체제를 가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발(發) 금리인상 충격에 대해선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보면 우리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며 “부동산 등에 관해서도 조금 수습이 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상당 기간 버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주목하는 글로벌 변수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경기 전망 등을 지목했다. 또 “영국이나 일본, 중국과 같은 거대 경제권에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대외무역 의존도가 70% 정도 되는 상황에서는 그런 큰 변수로 우리도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 않고 시스템적 리스크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과 기조적으로 하락 추세인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여나가는 구조적인 접근이 정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환율 진정을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성사 여부에 대해선 “분명한 것은 한·미 간 경제·금융 협력에 대해 굉장히 강한 신뢰가 있다는 것”이라며 “유동성 경색과 불안정성이 심해지면 외환시장에 관련해서 언제든 협력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 “우리가 수출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일단 한·미 동맹을 최우선시하되 중국과 등을 돌리고 살 수는 없으니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