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최종 확정할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중국이 인터넷 정리에 들어갔다. 중국공산당 노선에 반대하는 게시글들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네티즌들이 공산당 노선에 ‘역사적 허무주의’를 표현하는 게시물들은 신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역사적 허무주의란 중국 공산당의 역사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비판을 하는 대중 회의론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잘못됐다 보고 국가 내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단속을 해왔다. 중국은 인터넷 검열을 위해 대중에게 신고를 독려하는 ‘대중 캠페인’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에 공지를 올린 곳은 중국 스타트업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다. 바이트댄스는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에 걸쳐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중국판 틱톡 ‘더우인’(Douyin)과 인터넷 매체 ‘토우탸오’(Toutiao) 이용자들에게 ‘역사적 허무주의’가 포함됐거나 공산당의 역사에 반대하는 게시물을 신고하라는 공지를 보냈다.
바이트댄스는 크게 다섯 가지의 신고 대상을 명시했다. 당과 국가·군대의 역사에 대해 민감하거나 도발적인 토론을 유발하는 글, 마르크스주의·마오쩌둥 사상·덩샤오핑 이론에 대한 비판, 당의 역사와 중국의 경제·개방 정책에 대한 논쟁, 당과 국가 지도자를 비방하는 내용, 공산주의 역사 패러디와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악당에 대한 미화 등이다.
바이트댄스가 공지한 인터넷 정리 작업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정리 작업에는 중국 문화를 폄하하는 게시물뿐만 아니라, 서구의 문화나 역사를 미화하는 내용도 조사 대상이 된다고 바이트댄스는 밝혔다.
다른 인터넷 매체들도 발 빠르게 인터넷 정리에 나서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지식 공유 플랫폼 ‘즈후’(Zhihu) 운영자는 지난 4월 19일부터 6일간 진행된 인터넷 정리 작업에서 ‘역사적 허무주의’와 관련된 67건의 게시글을 삭제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즈후의 운영자는 “삭제된 게시글을 작성한 네티즌들 중 일부는 삭제된 글들이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거나 역사적인 정보는 제외한 내용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역사적 허무주의’와 관련된 내용들이었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인터넷 정리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5월에도 7월에 예정돼 있던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 행사를 앞두고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은 ‘역사적 허무주의’를 내포한 글 200만개 이상을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SCMP는 이번 인터넷 정리 작업이 오는 10월 예정된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이뤄지는 것으로 추측했다. 당대회에선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당대회를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주류 사상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내용은 검열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면 시 주석은 27년간 종신 집권했던 마오쩌둥 사후 처음으로 15년 이상 집권하는 지도자가 된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