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유희왕’ 원작가 타카하시 카즈키(본명 이치 마사·59)의 사망 이유가 뒤늦게 밝혀졌다. 당초 타카하시는 물놀이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물에 빠진 모녀를 구하려다 변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스타트 앤 스트라이프스’는 최근 미 국방부가 타카하시의 사망 경위가 담긴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보고서엔 오키나와의 미군장교 로버트 부르조(49) 소령은 지난 7월 오키나와 유명 다이빙 명소에서 물에 빠진 모녀를 구조할 당시 타카하시가 자신을 돕다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르조 소령은 물에 빠진 딸을 구해달라는 여성을 목격했고 이 여성의 딸과 30대 미군 병사를 구했다. 이 과정에서 타카하시도 구조를 돕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가 파도에 휩쓸려 행방불명됐다. 타카하시는 이틀 뒤인 지난 7월 6일 해안가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일본 해경은 타카하시가 스노클링 중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부르조 소령은 “타카하시는 영웅이다. 사람들을 구조하는 나를 도우려다 그렇게 됐다”며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느라 물에 뛰어든 타카하시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카하시는 1996년부터 일본 주간지인 소년점프를 통해 만화 ‘유희왕’을 연재했다. 한 소년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악마와 카드 게임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2000년 애니메이션으로 첫 방영됐으며,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만화가 완결된 후에도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타카하시는 일본 내 연간 만화가 수익 5위권을 유지해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