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에 K스토리 열풍을 일으킨 건 한국에서 제작돼 태평양을 건너간 작품들이었지만 이제 한인 창작자들이 가세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20~30년 전부터 문학계와 영화계를 중심으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 오던 한인 창작자들이 K컬처의 전 세계적 인기와 함께 비상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TV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8부작 시리즈 ‘파친코’ 같은 도전적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던 데는 한인 감독과 작가뿐 아니라 수 휴 프로듀서 등 제작자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한국 작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나 다를 바 없다. 또, 한국어 대사가 대부분인 ‘미나리’가 미국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할리웃 스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인 플랜 B 엔터테인먼트의 한인 프로듀서 크리스티나 오의 역할이 크다. 굴곡진 역사에서 기인한 한국만의 독특한 디아스포라와 미국 내 소수자로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미국산 K스토리에서 자주 발견되는 주제다. 최근 국내 출간된 미주한인 작가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를 배경으로 격동의 세월을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소설이란 점에서 이민진의 ‘파친코’와 닮았다. 스테프 차가 쓴 소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미국 한인 사회의 정체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1992년 LA폭동을 소재로 한다. 이민 1세대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다면, 그 자손들은 거꾸로 자신들의 굴곡진 뿌리를 찾아 나선 셈이다. 할리웃도 이제 소수자로서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성장해온 한인 2,3세대의 개인적 체험과 내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아웃사이더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한인 작가들의 이야기는 민족성을 초월한 보편성과 맞닿아 있다. 억압과 차별을 딛고 뿌리를 찾는 이야기는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서사의 고전적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