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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회 개막] ‘반동의 자식’에서 마오쩌둥급 지도자로…시진핑의 어제와 오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대관식이 될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다. 전체 9671만명의 공산당원을 대표하는 2296명이 모여 당 최고지도부를 구성하고 향후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다. 시 주석은 개막 첫날 2017년 19차 당 대회 이후 성과와 정책 구상을 담은 보고서를 낭독할 예정이다. 이 회의는 중국 관영 CCTV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총서기에 유임되고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인선이 확정되면 ‘시진핑 집권 3기’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린다. 지난 10년에 더해 앞으로 최소 5년 더 중국을 이끌 시 주석의 인생 역정을 살펴본다.



시 주석은 1953년 6월 중국의 8대 혁명 원로 중 한 명인 시중쉰 전 부총리와 아내 치신 사이 2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부친인 시중쉰이 중앙선전부장과 부총리 등 요직을 맡은 덕분에 중국 지도부가 모여사는 중난하이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중쉰은 네 자녀가 보통 사람의 모습을 잃지 않도록 가정 교육을 했다고 한다. 시 주석의 누나 차오차오가 북경중학에 입학했을 때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부총리의 딸이라는 걸 모르게 하기 위해 엄마 성(치)을 붙여줬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그렇게 지어진 치차오차오란 이름은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시 주석이 9살이던 1962년 시중쉰이 마오쩌둥 측근의 모함을 받아 실각하면서 시련이 시작됐다. 중난하이 도련님에서 하루 아침에 반당 분자의 자식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후 문화대혁명 때 서북 산시성 옌촨현의 산간벽지 량자허에서 토굴 생활을 하며 7년을 보냈다. 시 주석은 문혁 시대 7년의 하방 경험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 이 시기 시 주석은 낮에는 노동을 하고 밤에는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의 저작을 읽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문을 집요하게 두드려 1974년 10번 만에 입당에 성공했고 문혁 후기인 1975년 칭화대 공대에 입학했다. 그 무렵 시중쉰이 복권되면서 시 주석도 엘리트 당원의 길을 걸었다.


시 주석은 대학 졸업 후엔 부친의 부하였던 겅뱌오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서장의 비서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허베이성과 푸젠성, 저장성, 상하이 등에서 20년 넘게 지방 행정 업무를 경험했다.


시 주석은 2007년 17차 당 대회 때 예상을 깨고 국가부주석에 발탁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부주석에 오르면 차기 주석 1순위로 여겨졌지만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던 시 주석은 가족 등 주변 관리에 철저했다고 한다. 그리고 5년 후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놓으며 시진핑 시대를 열었다.

시 주석이 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에 올랐을 때만 해도 그가 부패에 찌든 중국을 개혁할 거라는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있었다. 시 주석 본인이 문혁의 폐해를 직접 겪은 만큼 정치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집권 10년 이러한 관측은 모두 빗나갔다. 시 주석은 대외적으로 강한 중국을 과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공산당이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위기감을 부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임을 내세워 시진핑 1인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집권 직후부터 호랑이(고위 관리)와 파리(하위직)를 모두 때려 잡는 강력한 부패와의 전쟁을 펼쳤다. 당·정·군과 기업인 등 수만 명이 부패 혐의로 낙마해 처벌을 받았다. 반부패 전쟁은 정치적으로 경쟁 관계인 다른 파벌의 핵심 인사들을 제거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 자리에 자신의 측근 그룹인 ‘시자쥔’을 대거 진입시켜 1인 지배 체제를 보다 공고히 했다. 시 주석은 공산당의 핵심이 됐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당의 헌법인 당장에 명기됐다. 국가주석을 5년씩 두 번만 할 수 있도록 한 임기 제한도 사라졌다. 사상 통제는 한층 강화됐다. 중국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됐다.

집권 3기 강력한 지배 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은 중국몽 달성을 위해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힘을 모두 갖춘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한 미국과의 갈등은 더 격화될 것이고 중국 내부적으로 사회 및 사상 통제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통제에 대한 집착이 중국을 더 약하게,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위주의 체제가 강화되면서 국가 활력이 떨어지고 국제사회에서의 교류를 경계하는 호전적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