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년 이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금리인상과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는 고용 악화가 미국 경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확률이 지난 7월 49%에서 10월 63%로 증가했다”며 “경기침체 확률이 절반을 넘은 건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경제학자들은 국내총생산(GDP)이 내년 1분기 0.2%, 2분기 0.1%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조사에서는 1분기 0.8%, 2분기 1% 성장을 예상했다.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기업들이 내년 2·3분기 일자리를 줄여 성장 둔화와 이익 감소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농업부문 고용은 내년 2분기 월평균 3만4000명, 3분기 3만8000명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의 과도한 긴축 정책을 경기 둔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조사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범위 중간값을 4.267%로 예상했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3.00∼3.25% 수준이다. 올해 두 번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1% 이상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본 것이다. 전문가 58.9%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너무 많이 올려 불필요한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닐 마넌코프 미시간대 교수는 “연착륙은 결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신화적인 결과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의 아네타 마크와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금리와 달러 강세로 인한 부담은 엄청나다. 내년 GDP 성장률을 약 2.5% 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며 “미국이 경기 침체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경제학자들은 다만 경기침체가 상대적으로 단기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과반이라고 보는 경제학자들의 평균 예상 기간은 8개월이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NBC 방송에 나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방법이 임금을 낮추고 실업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경제 상황을 해롭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ABC 방송에서 경기침체에 대해 “(겪을) 가능성이 있지만,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