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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회 개막식 불참한 왕치산… “사정 칼날 예외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지난 16일 진행된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개막식에 불참해 의문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왕 부주석을 반부패 숙청 조사 대상에서 예외로 두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왕 부주석은 청년 시절 하방(下放·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 때 5살 적은 시 주석을 만나 우정을 이어오다 2012년 18차 당 대회 때 공산당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로 발탁돼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2003년엔 베이징 시장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등 위기 때마다 문제를 해결해 ‘소방수’로 불린다.

이런 왕 부주석이 16일 당 대회 개막식의 주석단 상무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불참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그의 오랜 친구 왕치산도 예외는 아니다”는 내용의 분석 기사를 냈다. 왕 부주석 신변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WSJ에 따르면 왕 부주석의 영향력이 약해진 징후가 나타난 건 2020년 왕 부주석의 친구이자 은퇴한 부동산 재벌인 런즈창 화위안그룹 회장이 시 주석의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면서부터다. 이후 같은 해 런 회장은 공산당에서 제명당했으며 횡령, 뇌물, 직권 남용 등으로 18년형과 벌금 420만 위안(7억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런 회장의 법원 선고가 있고 2주 뒤에는 왕 부주석의 최측근인 둥훙 중앙기율위원회 중앙순시조 부조장을 조사한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둥훙은 4억6000만 위안(920억원) 뇌물 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기소돼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형 집행유예는 집행을 2년간 유예한 뒤 수형 태도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제도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에도 왕 부주석의 측근인 하이난성 재벌인 HNA그룹의 천펑 회장을 구금하고 왕 부주석의 조카이자 HNA그룹의 고위 간부인 야오칭을 구금 조사했다.

공산당 관계자는 “시 주석은 자신의 오랜 친구들을 자세히 조사하며 잠재적으로 권력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해체하고 반대자들에게는 위협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일부 정치 관측통들은 시 주석이 자신의 지위가 안정되면 숙청도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지난 10년 동안 그의 수법은 더욱 정교해졌다”고 평가했다. 공산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당 집행관들이 뇌물수수 및 기타 범죄로 처벌한 사람만 약 62만7000명이다. 시 주석이 취임했던 2012년보다 4배 증가한 수치다. 징계 대상에는 은퇴한 공산당 지도부와 현직 정치국원도 포함된다.

시 주석의 이러한 수법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은 “시 주석은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고위관료에 대한 수백 페이지의 증거를 믿을 만한 사찰단에 조용히 준비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