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북한의 도발 확대에 대해 “무시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한·미·일 협력 강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관심끌기’ 전략이자 한·미·일 동맹 강화에 대한 경계 성격이 있다는 의미다.
블링컨 장관은 17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진행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의 대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수년간 북한의 리더십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그들은 무시되는 게 싫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세계가 다른 곳에 집중할 때, 그들은 ‘우리가 여기에 있고, 여전히 문제다. 대처해야만 한다’는 걸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발은) 북한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해 왔던 모든 행정부에 도전이었고, 여전히 명백히 개선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 등에 집중하는 상황을 북한이 염두에 두고 도발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역내 동맹·파트너, 한국과 일본 모두와 양자 기반 (협력) 작업을 크게 늘렸고, 북한의 어떤 도발도 방어할 수 있고 억지할 수 있도록 군사훈련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일본을 가깝게 만들 수 있는 등 많은 이점이 있는 한·미·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없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이를 봤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도발은) 이에 대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한·미, 한·미·일 협력 강화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칼 토머스 미 해군 7함대 사령관도 지난 14일 칼 토머스(사진) 사령관은 14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우리(항공모함타격단)가 그 지역에 있었던 게 아마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짜증 나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핵 문제와 핵무기 비확산 체제 우려와 관련 “우리는 유엔 차원에서 여러 다양한 조처를 했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국가가 핵무기를 획득하면 (상황이) 나아지리라고 결론짓는 세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비확산 체제 진전을 위한 가장 중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문제와 관련 “시진핑 아래 중국은 과거 중국과 매우 다른 모습”이라며 “자국 내에서는 억압적이며 대외적으로는 공격적인 중국은 많은 경우 우리 국익 및 가치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세계질서를 구조화하는데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대중 수출 및 투자 규제 조치에 대해 “첨단 반도체를 만들거나 이를 위한 생산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국가는 극소수”라며 “우리는 그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도록 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중국의 태도가 바뀌었다. 중국은 이전보다 빠른 시간표를 갖고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만약 평화적 수단이 작동하지 않으면 강압적 수단이 동원될 수 있고, 이 역시 안된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강제적 수단을 쓸 수 있다”며 “이는 현상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엄청난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의) 위기 결과로 대만 반도체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대만관계법에 따른 지원 약속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중국 정책’을 언급하며 “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지만, 핵심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약속”이라며 “이것이 바뀐다면 불행하게도 앞으로 매우 도전적인 상황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