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팬데믹 때 수익률 70%’…미 당국자들의 절묘한 주식투자


코로나19 팬데믹 확산과 대응 과정에서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이 대규모 주식 및 펀드 거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팬데믹 위기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관련 기업 주식을 매각하거나 정부의 경기 부양책 발표를 앞두고 수혜 기업 주식을 매입한 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2020년 1월 뮤추얼 펀드와 주식을 10차례에 걸쳐 15만7000~48만 달러에 판매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는 미 보건 당국자들은 중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위협에 대한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미 대중은 이를 거의 인식하지 못할 때였다.

파우치 소장만이 아니었다. 휴 어킨클러스 NIAID 부소장은 미국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 나흘째 되던 2020년 1월 24일 “새로운 바이러스 피해가 역대급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그날에만 1만5000~5만 달러 상당의 뮤추얼펀드 계좌를 처분했다. 며칠 후 그는 석유회사 셰브런의 주식도 매각했다.

어킨클러스 부소장은 그해 1월 29일 코로나19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계획’을 주제로 한 국제 임상 연구 소위원회에 참석해 사안의 심각성을 더욱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월 31일 6개의 뮤추얼펀드 계좌에서 11만~31만5000달러 상당씩을 추가 처분했다. 어킨클러스 부소장은 그해 1월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당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WSJ 분석 결과 2020년 1월 미국 보건당국 관계자들의 주식 처분 규모는 앞선 12개월 평균보다 60% 이상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뒤 정부의 대처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관련 공무원들이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교통부 장관이었던 일레인 차오는 2020년 3월 16일 60만~12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입했다. 당일 뉴욕증시에선 거래가 15분간 중단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2%나 급락하는 등 팬데믹 공포감이 확산하던 상황이었다.

시장과 반대로 간 차오 전 장관의 투자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며칠 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대대적 지원책 초안을 발표하면서 시장 상황이 반전했기 때문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차오 전 장관의 남편이다. 차오 전 장관이 투자에 나섰을 때 남편은 대규모 경기부양법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오 전 장관이 사들인 S&P 펀드는 연말까지 57%나 급등했다.

재무부의 국내 금융담당 카운슬러인 제프 게트먼도 2020년 3월 20일 보잉과 제너럴일렉트릭(GE) 등 15개 업체의 주식을 2만9000~26만 달러 규모로 사들였다. 당시 의회에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한 지원안이 논의되고 있었지만, 보잉과 GE는 제외된 상태였다. 그러나 얼마 후 의회는 보잉 등 국가 안보에 중요한 기업에 대해선 현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법안에 추가했다. 게트먼이 사들인 보잉과 GE 주가는 1주일 후 각각 70%, 17% 올랐다. 게트먼은 피해기업 지원 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다.

WSJ은 보건당국 관료들과 백신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국방부의 관료 240명가량이 연방 정부와 계약에 성공한 바이오기업 주식을 매입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보유한 바이오기업 주식 총액은 900만~28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WSJ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만2000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식 거래를 분석했는데, 주요 기관들이 팬데믹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던 2020년 3월에만 1만1600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월평균보다 44%나 높은 수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