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금융 수도 상하이가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장기간 봉쇄됐던 후베이성 우한을 닮아가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봉쇄 중인 상하이에서만 2일 하루 8000명 넘는 신규 감염자가 나왔다. 의료 체계가 붕괴돼 일반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상 하나에 아기 서너 명이 함께 누워 있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수출입항인 양산항에는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이 쌓여 물류 및 공급망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중국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중국 전역에서 1만3146명이 코로나19에 새로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2월 12일 우한에서만 1만3436명이 감염돼 전체 1만5152명을 찍었던 때에 거의 근접했다. 전체 감염자의 절반에 가까운 8226명은 상하이에서 나왔다.
중국 SNS에는 상하이의 한 병원 어린이 병동에서 영유아들이 한 병상에 다닥다닥 붙어 누워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퍼졌다. 중국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 자녀를 부모와 분리해 전담 시설에서 별도 수용하고 있다. 해당 병원은 “어린이 병동 내부 정돈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모습이 찍혔다”고 해명했다.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는 도시 곳곳에 설치된 임시 격리소에 수용되고 있다. 의료진이 부족해 천식, 신부전, 당뇨를 앓는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인구 2490만명의 상하이는 지난달 28일부터 황푸강을 중심으로 둘로 나뉘어 동쪽 지역부터 각각 4일씩 봉쇄에 들어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5일 봉쇄가 풀려야 하지만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일 폐쇄 조치가 끝난 푸둥 지역은 지금도 감염자가 발생한 통제구역과 인근의 관리통제구역으로 묶여 사실상의 봉쇄가 계속되고 있다.
상하이시 정부가 당초 도시 봉쇄는 없다고 했다가 순차 봉쇄로 방침을 바꾼 것은 경제에 미칠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 그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상하이시는 물류 핵심 인프라인 푸둥국제공항과 양산항을 외부와 차단하는 폐쇄 루프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이미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보고서에서 “상하이 방역 통제로 컨테이너 트럭 운송에 애로 현상이 나타나고 상하이 인근 지역의 육로 통제로 선적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중문대 랑셴핑 교수는 SNS에 상하이 앞바다의 화물선 유동 상황을 담은 사진을 올리고 “양산항과 인근 저장성 닝보 베이룬항에서 (입항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이 쌓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선 2년 넘게 지속된 봉쇄와 코로나19 강제 검사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맞게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방역 책임자인 쑨춘란 부총리는 상하이를 둘러본 뒤 “제로 코로나 기조는 조금도 흔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상하이가 봉쇄된 첫날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역 역할을 칭송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 가을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을 앞두고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주요 정치적 유산으로 내세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