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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키이우 해방” … 러, 동부 장악으로 화력 이동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키예프) 해방을 선언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장악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다음 달 초 승전 자축 행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은 앞으로 한 달간 우크라이나 동부에 집중 포화를 쏟아부을 곳으로 보인다.

한나 말리아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키이우 전체 지역이 러시아 침략자들로부터 해방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힌 지 닷새 만이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국영TV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북동쪽 국경으로 철수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인근에서 30개 이상의 마을을 탈환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키이우 주변 군부대 철수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에서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조기 점령 실패에 따른 병력 재배치 일환으로 본다.

아레스토비치 고문은 “북부 전선에서 연료가 없어 버려진 장비를 상당수 입수해 우리 군에 넘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승리를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동부는 그가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돈바스는 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2014년부터 점거 중인 곳이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남동부 지역에 집중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다수 공습이 발생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러시아군은 또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집중 폭격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에 항구 산업지구에서 폭발음이 울린 뒤 최소 3곳에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전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전 우크라이나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궁극적 목표는 우크라이나 점령이지만 실패했다”며 “그는 플랜B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계획에는 일종의 마감시한이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 성과를 과시할 시점으로 전승기념일인 5월 9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매년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자축하는 전승기념일에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궁) 앞 붉은광장을 가로지르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인다. 미 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자신이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일종의 승리를 축하하기를 원한다고 CNN에 말했다.

미 정보 당국은 날이 풀리면서 언 땅이 녹아 부드러워지면 중장비 부대가 기동하기 더 어려워지는 점도 러시아가 5월을 목표 시한으로 잡은 이유 중 하나로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다음 달 초를 데드라인으로 잡았다면 이를 맞추기 위해 남은 한 달간 공세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야체뉴크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달’을 보낼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국방부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나 평화회담 상황과 상관없이 5월 9일에 승전 퍼레이드를 벌일 것”이라면서도 퍼레이드에 동원할 군대나 차량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한 데다 교전 중에 상당수를 잃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강창욱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