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 영상으로 등장해 러시아군에 항전하는 자국을 향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죽음과 같은 정적을 여러분의 노래로 채워 달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가든아레나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에 사전 녹화 영상으로 연설했다. 그는 “음악과 대비되는 것은 파괴된 도시와 모두의 침묵”이라며 “우크라이나 음악가들은 턱시도 대신 방탄복을 입는다. 이들은 부상자를 위해 병원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삶을 살아가고 사랑한다. 소리를 낼 자유를 지키고 있다. 폭격으로 끔찍함 침묵을 가져오는 러시아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죽음과 같은 정적을 여러분의 노래로 채워 달라.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정적을 채워 달라”고 부탁했다.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포함한 세계적인 팝스타들은 시상식장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다. 음악가의 노래는 때로는 정치인의 연설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다. 대선 출마 전에 우크라이나 시트콤 ‘국민의 종’에 출연했고, 그 제목과 동일한 이름의 정당을 창당해 정계로 입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분의 SNS와 TV로 전쟁의 진실을 말해 달라. 여러분의 방법으로 우리를 지원해 달라. 그러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와 러시아의 철군을 위해 관심과 지지를 호소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팝스타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국 가수 존 레전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상 연설에 이어 우크라이나 가수 미카 뉴턴과 함께 신곡 ‘프리(Free·자유)’를 노래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