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지난 2년은 무료 급식봉사 단체들에도 도전의 시간이었다. 자원봉사자 수는 코로나 전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반면 무료급식 수혜자는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 3년째, 한국의 대표적인 무료 급식봉사 단체인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본부)의 ‘밥퍼’ 봉사에 국민일보 인턴기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8시20분. 청량리역 굴다리를 지나 밥퍼본부에 도착했다. 지난 34년간 다일공동체가 이어온 밥퍼 사역의 역사를 요약한 영상을 시청한 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쳤다.
오전 9시. 배식장에서 다른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봉사자는 총 9명이었다. 밥퍼본부에 따르면 봉사자들은 평일 기준 2~3명 선이었다. 코로나 이전(15명 안팎)에 비해 대폭 줄었다.
코로나는 밥퍼 배식 작업도 바꿔놨다. 코로나 이전에는 1식 3찬을 기본으로 식판에 음식을 담아 식사를 제공했다. 지금은 일회용 용기에 밥과 반찬을 담은 뒤 간편식 육개장 같은 레토르트 식품에 생수, 빵 등을 봉지에 넣어 도시락처럼 만들어 전달한다.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메뉴를 봉지에 담고 포장했다.
배식은 오전 11시 시작됐다. 수혜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부분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70대 이상 노인이 대부분이었다. 배식이 시작되자 이들은 미리 밥퍼본부로부터 발급받은 바코드와 신분증을 제시한 뒤 음식을 받아갔다. 이날 메뉴는 밥과 두부조림, 김치, 상추 무침이었다. 간편식 짜장과 빵, 생수도 제공됐다.
밥퍼본부 김미경 부본부장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서 찾아오는 70~80대 수혜자가 대부분이다. 가족이 없는 기초생활수급권자가 30% 정도”라면서 “이를 제외한 수혜자는 가족이 있더라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이후 무료급식 수혜자는 1000명 안팎에 달한다. 이전보다 20~30% 늘어난 수치다. 김 부본부장은 “(코로나 때문에) 하루 이틀은 안 나올 수 있지만, 굶고 살 수는 없으니 더 나오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당수 무료 급식봉사 단체가 코로나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밥퍼본부로 수혜자들이 몰린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명자(82) 할머니는 “죽을 나이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걸 받으러 다니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면서도 “밥퍼는 나를 살려주는 사람들”이라며 고마워했다.
밥퍼본부에 대한 수혜자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올 초 다일공동체와 서울시는 밥퍼의 건물 증축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자칫 밥퍼 사역이 중단될 우려도 제기됐었다. 이때 어르신 중에는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누가 그걸 못하게 막느냐’며 서로 인터뷰하겠다고 나섰다 한다. 현재 갈등은 일단락됐고 밥퍼 사역은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오후 1시. 배식과 뒷정리에 이어 다음 날 메뉴 준비까지 마쳤다. ‘오늘도 잘 끝났구나.’ 자원봉사자들에게선 안도하는 표정이 느껴졌다. 반나절 남짓 참여한 밥퍼 봉사는 동참해볼 만했다. 만들어진 음식을 나누고 포장하는 일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료 급식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길을 거치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밥’을 기다리고 있는지 확인하고 공감하는 데 충분했다. 한 끼의 소중함이 와닿는 시간이었다.
박재찬 기자 박이삭 유경진 서은정 인턴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