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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레드 웨이브 없었다, 민주주의를 지킨 하루”


조 바이든 대통령은 레드 웨이브(공화당의 상·하원 장악)를 막아낸 미국 중간선거에 대해 “미국과 민주주의를 위해 좋은 하루”였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고통 속에서도 젊은 층이 민주주의 위기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 준 점에 감사도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동료들과 함께 일한 준비가 돼 있다”며 협력 의사를 밝혔지만,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제안은 어떤 것도 지지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공세적 대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최근 몇 년간 시험을 받았지만, 미국인은 투표로 말했다”며 “우리는 전국에서 기록적인 투표율과 민주주의의 심장·영혼을 봤다”고 말했다. 또 “아직 모든 결과를 알지는 못하지만, 언론과 전문가들이 예상한 거대한 붉은 물결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 의석을 내준 것에 대해 “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민주당 대통령들의 첫 중간선거보다 더 적은 수의 하원 의석을 잃었다”고 방어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과 범죄 및 공공안전에 대한 우려를 명확히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유권자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선택할 권리를 보호하고 싶다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2년 전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기후위기와 총기폭력, 개인의 권리와 자유, 학자금 부채 탕감 문제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을 장악한 야당에 대해 “이번 선거의 최종 집계 결과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이 말을 하고 싶다”며 “나는 공화당 동료들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인들은 공화당도 나와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인들은 매일 정쟁이 계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한 어떤 좋은 제안에도 열려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많은 타당한 의제에 대해 공화당과 타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근로자와 중산층 가족을 위한 비용 절감과 중산층 경제 건설에 집중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공화당의 어떤 제안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난 (법안을) 비토(거부)할 수 있는 펜이 있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 등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에 대해 “그와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공화당 지도자라 생각한다”며 “그와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화당 대다수는 품위 있고, 존경스럽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 지지층인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세력은 소수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아프가니스탄 철군, 차남 헌터 바이든 등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미국인들은 일하기를 원한다. 공화당이 말한 요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미국인은 있는 그대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 “우리 의도는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 없이 다시 출마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구를 더 위협적인 경쟁자로 보는지 묻자 “그들이 서로 대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어떤 대화를 할지 묻는 말에 “나는 (미·중) 충돌이 아닌 경쟁을 추구한다고 말해 왔다”며 “(시 주석과) 우리의 레드라인이 어떤 것인지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대만 문제, 공정 무역, 역내 다른 국가과의 관계 등 여러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을 만나 일종의 양보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어떤 근본적인 양보도 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든 안하든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나 기술적 관계는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게 할 것을 제안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