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내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기엔 너무 이르다(It’s too early for all of us to get fatigued)”면서 미국의 계속적 지원을 호소했다.
CNN은 10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CNN 수석 국제전문 앵커인 크리스티안 아만푸어(Christiane Amanpour)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피로감이란 것은 큰 단어다. 지치면 안 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9일 진행됐고,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도 함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화를 원한다면 먼저 평화와 관련된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라면서 “말만으로는 평화를 바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직 전쟁을 끝낼 때가 아니라는 취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미국 중간선거 과정에서 공화당 일각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주장이 나온 것과 관련해 아직 더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중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우크라이나는 ‘백지 수표’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다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와 다르게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언론, 특히 공화당 쪽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신중해야 하고 어느 시점엔 지원을 줄일 수 있다는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매우 우려스러운 신호”라면서 “(미국) 양당의 지원에 감사하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이러한 초당적인 지지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전쟁이 겨울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키예프와 서방의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재정적으로 우리를 지원할 때마다 유럽도 이 지원에 동참한다”면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통합된 지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종전을 위한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제하고 있다”면서 “영토 반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나는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 우리는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아닌) 다른 러시아인과 하겠다고 했다”고 선을 그으며 “바로 진정으로 평화를 이룰 준비가 된 사람들, 자신들이 침략자임을 인정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모든 것을 반환해야 한다. 영토와 권리, 자유, 돈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많은 무기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답은 간단하다. 더 폭발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면 충분하다. 미사일이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인해 지상이나 건물에 충돌하지 않으면 충분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젤렌스카 여사 역시 “(러시아 군인들이) 오지 않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아침에 침대에서 죽어가는 것을 멈출 때 실감할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러시아인들의 병력이 다하기를 기다릴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지 모르고, 사람들이 차를 몰고 출근하는 동안 미사일이 떨어지고 사망하는 부담 속에서 매일 살아가기 힘들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새 겨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쟁 발발(2월 24일)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16462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 이때 6490명이 사망했고, 어린이 사망자는 403명이다.
유엔 측은 격렬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정보 수신이 지연되고, 많은 보고가 확인을 기다리고 있기에 실제 사상자 수치는 훨씬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