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의 실제 주인공이 18년간 살던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출신인 메헤란 카리미 나세리(77·)씨는 이날 낮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 2층 터미널에서 자연사했다고 통신은 공항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1945년 이란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이란에서 왕정 반대운동을 하다 70년대 추방됐다고 주장했다. 유럽 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다 86년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지위를 부여받았다. 88년 어머니가 사는 영국으로 가려 했지만 난민 서류가 든 가방을 분실한 뒤 이 공항에 ‘정착’했다. 프랑스는 나세리를 추방하려 했지만 ‘무국적’이라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를 공항터미널에 방치했다.
2006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그의 이야기는 할리우드의 스필버그 감독에게 영감을 줘 2004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제작사 드림웍스가 25만 달러를 판권료로 지급했지만 나세리는 2006년 18년 만에 공항을 떠난 뒤 보호소, 호텔 등지를 전전하다 사망 몇 주 전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