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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트레이너 때문? 탈레반, 여성 체육관·목욕탕도 금지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놀이공원에 이어 체육관과 공중목욕탕에 대한 여성 출입을 금지하는 등 여성 활동에 대한 제한을 더욱 높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권선징악부 대변인 모함메드 아키프는 체육관의 경우 트레이너가 남자이기 때문에 여성 출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여성의 함맘(이슬람 전통 공중목욕탕) 이용도 금지한다고 밝히며 “이제 모든 집에 목욕탕이 있으므로 이는 여성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선징악부는 이슬람 질서 구축을 위해 ‘도덕 경찰’ 노릇을 하는 정부 조직이다.

권선징악부는 앞서 지난 10일엔 이슬람 율법(샤리아)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도 카불에서 여성의 놀이공원 이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재집권한 이후 놀이공원 이용 시 요일별로 남녀를 분리하라는 명령을 올해 초 내렸는데, 이 명령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여성 출입 금지의 명분이다.

탈레반의 이 같은 여성 활동 제한에 대해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불 체육관에서 일하는 익명의 한 여성 트레이너는 남녀가 함께 운동한 적이 없다며 “탈레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일 권선징악부에서 나온 두 명의 남자가 체육관에서 운동 중인 여성들을 내보냈다. 그는 “쫓겨난 여성들은 항의하려 했지만 탈레반이 와서 그들을 체포했다”며 “이후 그들의 생사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사나는 “오늘날 아프간은 여성에게 지하 감옥으로 변했다”며 놀이공원, 체육관, 공중목욕탕에 대한 여성 출입 금지는 ‘탈레반의 반여성 이데올로기’ 탓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탈레반이 재집권 후 발표한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의 유화책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해 들어

탈레반 정부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음에도 지난 3월 새 학기 첫날 말을 바꿨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게 됐고, 여성에 대해서는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됐다.

미국의 아프간 여성·인권 문제 대응 특별대사인 리나 아미리는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 정부의 여성 압박 조치를 강력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한은 아프간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빌랄 카리미 탈레반 정부 부대변인은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 국호)는 샤리아의 체제 내에서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과거 탈레반은 1차 통치기(1996∼2001년) 때 권선징악부를 앞세워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하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포 통치를 펼친 바 있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