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중국과 유럽은 경제적 공생 관계”라며 독립적인 대중 정책을 강조했다. 지난달 집권 3기를 시작한 시 주석은 유럽연합(EU)의 좌장 격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를 중국으로 초청해 만난 데 이어 EU의 또 다른 주축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했다. EU 국가 중 중국에 비교적 우호적인 두 나라를 통해 유럽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양측은 쌍방향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유지하며 국제 경제·무역 규칙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U가 계속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대중 정책을 시행하도록 프랑스가 추동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은 프랑스와 함께 진정한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과 중국식 현대화를 확고히 추진하면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독립 외교를 견지하고 진영 대항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유럽과 중국간 대화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또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직면해 중국과 상호 존중과 평등, 호혜 정신을 유지하고 고위급 대화를 지속하며 경제, 무역, 항공,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축하하면서 “중국식 현대화 발전 모델은 사람들을 탄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 치닫는 시기에 집권 3기를 시작한 시 주석은 유럽과의 관계 복원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주도한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여 유럽 국가들과 관계가 틀어졌다.
시 주석은 지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숄츠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유럽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항상 유럽을 전면적 전략 동반자로 간주하고 EU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지하며 유럽의 안정과 번영을 바란다”며 “중국과 유럽 관계가 서로 대립하거나 제3자의 제약을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