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나며 비난받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고 영웅으로 추켜 세우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관료들에게 시청하도록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최근 관료들에게 ‘역사적 허무주의와 소련의 붕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푸틴 대통령의 생애가 담긴 101분짜리 영상이다. 당초 이 영상은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해 제작돼 지난 3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급되진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구소련 국가들을 걱정하는 것을 정당한 것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는 스탈린을 위대한 지도자로 복원하고 러시아의 애국적 자부심을 회복시킨 인물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또한 소련이 쇠퇴한 것은 정치적 자유화 때문이라면서 정보를 공개하고 언론 통제를 완화하는 ‘글라스노스트’를 실패한 정책의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중국 관료들에게 구소련 마지막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길을 따라가선 안 된다면서 ‘서구 자유주의에 현혹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NYT는 이 다큐멘터리 제작 배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연장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연임을 결정할 당 대회를 앞두고 당 간부들에게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을 심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이라는 것이다.
NYT는 다큐멘터리 외에도 중국 대학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뇌용’ 사상 교육 강좌들을 마련하는 한편 러시아에 우호적인 중국 정부 비판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에서도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논평들이 대부분 삭제됐고, 관영 언론에는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본인”이라는 사설이 실렸음을 꼬집었다.
중국과 구소련 역사를 연구하는 세르게이 라드첸코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학원 교수는 중국의 이 같은 ‘세뇌 통치’에 대해 “중국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 가지 교훈만 얻었다”면서 “표현의 자유는 불가피하게 정치적 통제력의 상실로 이어지고 혼란을 일으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원칙적인 방관자’로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를 침략자가 아닌 오랜 고통의 희생자라고 강조하며 중국과 러시아 간 유대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민간인 대량 학살에 전 세계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 않으며, ‘침공’이란 표현을 부정하고 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