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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차마 볼 수 없는… 시신 태우고 즉결처형 의혹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10개월째 접어들면서 참혹한 현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군이 자국 병사들의 시신을 쓰레기매립장에서 소각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우크라이나군의 전쟁 범죄 정황도 포착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헤르손 점령 당시 쓰레기매립장에서 자국 병사들의 시신을 몰래 소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헤르손 북서부의 한 쓰레기매립장은 지난 6월 말 즈음부터 출입이 금지됐다. 매립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은 출입 금지령이 전사한 러시아군 시신을 불에 태우기 위해서였다고 증언했다.

헤르손 주민 이리나(40)는 “우리(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인을 포격할 때마다 그들은 시신을 매립지로 옮기고 불태웠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러시아군이 트럭에 검은 자루를 실어 반입한 뒤 불에 태웠고, 시신이 타는 끔찍한 악취가 진동했다”고 털어놨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지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러시아군 포로 11명을 집단 처형한 의혹이 담긴 동영상이 우크라이나 SNS에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루한스크주 마키이우카의 한 농장에서 찍힌 이 영상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포로들을 농장 바닥에 엎드리게 한다. 그러다 11번째 포로가 밖으로 나오자 군인 한 명이 발포했고, 영상은 심하게 흔들리더니 촬영이 중단됐다. NYT는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이보다 더 늦게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영상에선 포로들이 엎드린 상태에서 머리와 상체에 피를 흘린 채 숨진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비무장 상태의 포로를 무자비하게 사살했다고 주장하면서 국제 사회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유엔은 포로에 대한 즉결 처형 정황이 농후한 이 사건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미 국무부도 “매우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헤르손과 미콜라이우에서 대규모 주민 대피작전에 나섰다.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전기·식수 부족 사태를 겪는 이 지역 주민들을 안전지대로 옮기겠다는 의도다.

이리나 안드리이우나 베레슈크 부총리는 21일(현지시간) 두 도시 주민들에게 중부·서부 등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촉구하면서 “정부가 교통, 숙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두 도시는 수개월간 집중된 러시아의 포격으로 발전소를 비롯한 주요 기반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된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 한스 헨리 클루게 유럽지역 국장은 “에너지 인프라의 절반이 손상되거나 파괴됐으며, 1000만명이 정전을 겪고 있다”며 “올겨울은 수백만 우크라이나인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3년 친러·반서방을 표방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했던 유로마이단 혁명 9주년 기념일인 이날 화상연설을 통해 항전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병사와 주민들은 유로마이단 혁명이 얻고자 했던 것과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돈이나 가솔린, 온수, 전기가 없어도 생존할 수 있지만 자유가 없는 땅에선 살아갈 수 없다”고 역설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