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한 세계 경제를 최악의 불안정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사회 혼란과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란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들불처럼 번지는 중국 시위 사태가 전 세계 공급망 하부구조를 지탱하는 중국기업들의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제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세계의 공장 가동 중단이 현실화하면 세계 경제는 최악의 불안정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 경제는 3년 가까이 계속된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부족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침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처럼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저가 생활필수품과 2차 가공부품 등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온 중국이 시위 사태에 휩싸이면서 전 세계 경제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을 수 있게 됐다.
세계 금융시장은 이런 우려를 반영해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가 29일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에 안정을 되찾았다. 다만 영국 바클리은행의 에마누엘 커 유럽자본전략팀장은 “제로 코로나에 대한 중국의 여정이 어떤 방향이든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투자자들이 깨닫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중국을 생산 전초기지로 활용해온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코로나 봉쇄와 이번 항의시위 사태로 애플 ‘아이폰14 프로’의 올해 부족분이 6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업체 폭스콘이 운영하는 정저우공장은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시위 사태가 몇 주 더 이어지면 애플은 더 큰 차질에 직면할 것”이라며 “정저우공장의 불안정성은 애플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체의 ‘중국 리스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일본 혼다자동차의 후베이성 후한 소재 생산공장과 충칭 소재 공장, 야마하의 충칭 소재 오토바이 생산라인, 독일 폭스바겐이 중국제일자동차그룹과 합작해 만든 쓰촨성 청두 소재 공장도 가동이 중단됐다.
NYT는 “지난해 초부터 선진국들이 공급망 다양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여전히 경제 전반은 중국에 의존한다”며 “중국을 배제한 세계 경제 재편 전략의 효과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보다 먼 미래’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들의 ‘탈중국화’ 전략의 정당성이 입증되곤 있지만, 그건 장기적 차원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은 “지금 당장은 전 세계 산업 전반이 연쇄 공급 부족과 생산 차질을 겪을 개연성이 높다”며 “서방은 최악의 불황을 피하기 위해선 시위의 조기 진정을, 시진핑 정권의 몰락을 위해선 시위가 더 번지길 바라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