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으로 미국 휘발유 가격이 1년 전 수준에 근접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지속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 유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403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전(3.797달러)보다 10.4%, 지난해 6월 14일 고점(5.016달러) 대비 32.1% 하락한 수치다.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년 전 가격(3.359달러)보다 불과 0.044달러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상승분을 다섯 달 만에 되돌린 것이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10일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47달러였다.
앤드루 그로스 AAA 대변인은 “휘발유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가격은 곧 1년 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휘발유 가격 정보업체인 ‘가스 버디’도 오는 성탄절까지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와 산유국의 감산 조치 등의 변수가 남아 있다. AAA는 OPEC+의 감산과 가격상한제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는 하락 속도를 늦추는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가스 버디는 “러시아가 수출량을 줄인다면 유가에 좋은 소식이 아닐 것”이라며 “유가 상한제 영향이 나타나려면 몇 주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금리 인상이 이어져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 원유 등 원자재는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간다. 이날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1월 비제조업(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5로 시장 전망치(53.7)를 웃돌며 오히려 지난 10월 수치보다 상승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10월 공장재 수주도 전월보다 1%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최종 금리 수준을 5% 이상으로 높이고, 내년 2월에도 2연속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내년 비트코인 가격이 500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고 미 CNBC방송이 보도했다. SC는 ‘2023년 금융시장에서 깜짝 놀랄 일들’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가 1만7000달러 선이므로 70% 추가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SC는 보고서에서 “점점 더 많은 가상화폐 회사와 거래소의 유동성이 부족해져 추가 파산이 발생하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SC는 또 “금 가격은 온스당 2250달러까지 30%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