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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시위’ 열흘 만에… 中 ‘위드 코로나’로 방향 전환


중국 당국이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 발생 열흘 만에 사실상의 ‘위드 코로나’ 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3년 만에 처음으로 경증 또는 무증상 감염자의 자가격리가 가능해지고 상시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폐지된다.

중국 국무원 코로나19 대응 합동 방역 통제기구는 7일 전염병 예방 및 통제를 위한 최적화 조치 10개 항을 고시했다. 핵심은 무증상 감염자와 경증 환자의 자가격리를 허용하고 본인이 원하면 집중격리시설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가격리 6, 7일째 이틀 연속 PCR 검사를 해 Ct값(바이러스 전파력 측정 지표)이 35 이상이면 해제된다. 밀접접촉자도 5일간 자가격리한 뒤 마지막 날 음성이 나오면 풀린다. 그전까지는 감염자와 밀접접촉자 모두 예외 없이 격리 시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일상의 큰 번거로움이었던 PCR 검사 횟수도 대폭 줄었다. 고위험 지역이거나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인원을 제외하면 상시적인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학교와 보육기관, 병원 등 특정 장소를 제외하고는 출입 시 PCR 음성 증명서를 제시하지 않도록 했다.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도 PCR 음성 확인서가 필요 없고 목적지에 도착해 받아야 했던 추가 검사도 폐지됐다.

이와 함께 5일 동안 신규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고위험 지역은 곧바로 봉쇄가 해제된다. 중국은 그동안 감염자가 1명만 나와도 주거 단지 전체를 봉쇄하는 고강도 방역을 취했고 이에 대한 주민 불만이 컸다. 국무원은 소방 통로와 출입문 봉쇄도 엄격히 금지했다. 이는 지난달 신장 우루무치 화재 때 아파트 봉쇄를 위해 설치한 울타리가 소방차 진입을 막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남에 따라 한동안 감염자 수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감염자 수는 지난달 27일 4만명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은 뒤 지금은 2만명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실제 감염자가 줄었다기보다는 PCR 검사가 축소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이 있어 신속항원검사를 했더니 양성 판정이 나왔다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 약국과 온라인에선 항원키트와 감기 치료제 등이 품절됐다.

국무원 발표에 앞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전날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어 내년도 경제 기조를 안정 우선 속 성장을 추구한다는 뜻의 ‘온중구진(穩中求進)’으로 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제로 코로나는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관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명칭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베이징중의약대학 당 위원회 서기인 구샤오훙은 베이징일보에 “중국중의약협회 회의에서 ‘신관폐렴’을 ‘신관바이러스전염병’으로 바꾸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자국산 백신 4종을 추가로 사용 승인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