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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이 없다” 中 발열환자 폭증…韓에 ‘불똥’ 튀나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급선회한 중국에서 구급 전화가 평소보다 6배 이상 늘고,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등 발열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의약품 사재기에 따른 감기약 품귀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한국의 감기약 원료 수입 및 생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중국 현지 매체 시대재경은 “베이징 등 중국 전역에서 발열 환자가 급증, 진료 병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안레이씨는 “지난 8일 오후 발열 증세로 민항병원에 갔는데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뤄 1∼2시간이 지나야 진료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발열 환자 증가는 베이징의 주요 병원뿐만 아니라 중국 대부분 지역의 거점 병원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응급센터의 주임 의사 천즈는 관영 베이징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하루 구급 요청 전화는 약 5000건이었는데 최근에는 하루 최다 3만 건까지 치솟아 시의 구급 대응 역량을 훨씬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국의 119에 해당하는 중국 120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일 PCR(유전자증폭) 전수 검사 폐지 등 실질적인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했다.

PCR 검사 건수가 대폭 줄면서 당국이 발표하는 확진자 수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발열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상당수가 코로나19 환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한 달 내 코로나19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방역 전문가들을 방송에 등장시켜 “코로나19는 독감에 불과하다”며 주민 불안감 잠재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쉽사리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당국의 단속 등에도 독감 치료제 등의 사재기가 이어져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약국에서 해열제를 구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도 한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중국에서 해열진통제인 이부프로펜과 파라세타몰에 대해선 배급제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한 누리꾼은 “이전에는 봉쇄에 대비해 채소를 쌓아놓았는데 지금은 감염을 우려해 앞 다퉈 의약품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감기약 품귀 현상이 한국의 의약품 수급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감기약 원료를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업체에 “원료를 미리 확보하는 등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주의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향후 중국으로부터의 해열진통제 등 감기약 원료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업체에서는 해당 원료를 조속히 확보하는 등 감기약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감기약 원료 아세트아미노펜 제재를 제조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료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에 차질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품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원료를 ‘전략 물자’로 취급해 해외 반출을 줄이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한국의 원료 의약품 자급도는 36.5%이고, 수입액 비중으로는 중국(37.5%), 일본(11.7%), 인도(10.5%) 순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