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피로감·두통… 확진자 최대 80% ‘코로나 후유증’


영국인 라비 베이라 자크(23)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하루 16시간을 침대에서 보내야 할 정도로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자크는 미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 과정을 수학하던 중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그 이후 1년 동안 ‘코로나 후유증’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향해 가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은 이제 코로나 후유증인 ‘롱코비드(long covid·코로나 장기 후유증)’를 걱정하고 있다. 롱코비드로 인한 고통과 사회비용이 팬데믹 이후에도 사회·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추후 코로나와 관련한 새로운 위기는 변이가 아니라 롱코비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롱코비드에 대한 정의나 빈도, 증상 등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진 않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롱코비드를 ‘포스트 코비드 컨디션(post covid condition)’으로 지칭한다. WHO는 확진 후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는 증상을, CDC는 코로나19 감염 시점으로부터 4주 후에 보이는 증상을 롱코비드로 정의한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는 ‘포스트 코비드 증후군(post covid syndrome)’으로 부르기도 한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후 롱코비드를 겪는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롱코비드를 겪는 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 중 몇 퍼센트가 장기 후유증을 보이는지 정확히 밝히기 어려운 이유는 이 질환이 여전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가 7일 각종 해외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확진자 중 최소 20% 이상 최대 80%까지 롱코비드를 겪을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메타 분석을 통해 롱코비드를 겪을 수 있는 사람들을 전체 확진자 중 10%에서 30%로 추정했다. 연구는 해당 시점에서 롱코비드로 고통받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2억20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롱코비드가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다수다. 지난해 8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논문(코로나19 장기 영향 관련 50여개 메타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80%가 한 가지 이상의 장기 후유증을 겪었다. 주 후유증은 피로감, 두통, 주의력 장애, 탈모, 호흡곤란 등이었다.

이탈리아 로마 의료진이 2020년 4월부터 한 달간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된 환자 143명을 2개월간 추적 관찰한(코호트 분석) 결과에서는 87.4%가 피로·호흡곤란·기침 등의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Statens Serum Institut)는 이달 초 코로나19 확진자 3명 중 1명은 반년 후에도 후유증이 지속되는 롱코비드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절반 이상은 집중력 장애나 기억력 저하 같은 정신적 문제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4월 사이 유전자증폭(PCR) 검사 양성 판정을 받은 15세 이상 6만1002명과 음성 판정을 받은 9만1878명을 대상으로 검사 6개월, 9개월, 12개월 후 21개 증상에 대한 건강데이터를 수집해 비교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진자 29.6%가 양성 판정 후 6개월부터 12개월 사이 신체·정신적 이상증상을 최소 한 가지 이상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확진자 중 53.1%는 집중력 장애나 기억력·수면 문제, 정신적 피로감을 느꼈다.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대상자들과 비교하면 확진자는 후각장애(10.92%)나 미각 이상(8.68%), 피로·탈진(8.43%), 호흡곤란(4.87%), 팔·다리 근력 감소(4.68%)를 호소했다.

롱코비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통계 수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에서는 올해 1월 31일까지 영국 내 150만명 이상이 1년 이상 지속되는 롱코비드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 중 28만여명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비영리단체 롱코비드 이니셔티브는 롱코비드에 걸린 미국 성인은 전체 7%로 추정했다. 롱코비드로 출근하지 못해 급여를 받지 못하는 환자 등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은 무려 3860억 달러(470조6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코로나 완치자 중에서도 롱코비드를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정부도 이에 대한 표준화된 연구를 위해 감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월 28일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의 19.1%가 후유증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학교병원 등과 협력해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확진자의 20~79%가 피로감과 호흡곤란, 건망증, 수면장애 등의 후유증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재현 백재연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