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바이든 “이란 핵합의 죽었다…발표하진 않을 것”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죽었다’(dead)며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중간선거 직전 지원 유세를 위해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때 한 여성으로부터 “JCPOA가 죽었다(dead)고 발표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안 된다”고 답했다. “왜 안 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많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끝났지만 우리는 이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 긴 이야기”라고 말했다고 악시오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고, 우리는 가까운 장래 어떤 진전도 예상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의 초점이 아니다”고 협상이 교착 상태임을 인정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이 JCPOA를 서로 준수하는 것으로 신속하게 복귀할 기회를 죽인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살아있는 것은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대통령과 정부의 공약”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은 외교라는 것을 믿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광범위한 수단이 있으며, 테이블에서 어떤 옵션도 제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3국도 전날 유엔 안보리 회의 후 “이란은 3년 반 동안 JCPOA에 따른 약속을 위반해 왔고, 투명성 약속을 크게 줄이면서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며 이란을 비난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란은 전례 없는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계속 생산해 최대 60%까지 농축하고 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지금보다 더 발전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은 2015년 이란과 JCPOA를 체결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단하는 대가로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연합(EU)의 중재 속에 이란과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대한 테러 조직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조건을 이란이 포기하면서 협상은 한때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세부 논의 과정에서 다시 교착됐다. 이후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고, 미국 정부는 시위를 탄압한 이란 기관과 인사 등을 제재하면서 관계가 악화했다. 미국은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드론 등을 공급하며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한편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요르단 스웨이메에서 열린 ‘중동 국가 지도자 회의’에 참석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별도 회담을 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회담 후 트위터에 “JCPOA 복원 회담 재개를 위해 당사국들이 지속해서 소통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고,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에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멈추고, 내부 시위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도 촉구했다.

이에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지원했다는 의혹은 오해이며, 이란은 우크라이나와 직접 만나 해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또 “서방 국가들이 핵합의 복원을 위해 건설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이란은 레드라인이 지켜진다면 핵협상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